게임회사의 회계이야기 (4) - 예산계획의 시작 by storm

왠지 요즘은 블로그가 '스톰의 게임사업 연구실'이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뭐 요즘 제가 하는 일이 '게임기획'보다는 사업과 관리업무다보니 관심사나 공부하는 분야도 그쪽으로 치우치고, 그게 블로그 포스팅에도 영향을 미치는군요. 게다가 <게임회사의 회계이야기>를 동시 연재하는 게임 개발자 팀블로그 게임개발 포에버(www.gamedevforever.com)에서도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글 쓰는 맛도 나고 말이죠. 아무튼 이번 회에서는 소규모 게임 개발팀을 기준으로 예산을 계획할 때 알아야 할 기본과 핵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예산계획의 시작 - 계정과목의 이해

여러분이 15명 정도 되는 개발팀의 예산을 관리하는 책임자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이 팀을 1년 동안 꾸려나가는데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필요할지 예산계획을 수립해보도록 하죠.

예산계획을 수립하려면 우선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필요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회계에서는 이렇게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항목을 '계정과목'이라는 이름으로 분류합니다.

네이버 사전 같은데서 계정과목이라는 용어를 찾아보면, 부기상의 계산단위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사실 그 설명이 더 어렵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돈이 들락날락거리는 카테고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직원들의 월급액수는 보통 '급여'라는 계정과목에 기입하고, 게임을 알리기 위해 돈을 들여 배너 광고를 걸었다면 '광고비'라는 계정과목에 액수를 써넣을 수 있겠죠.

그런데 계정과목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딱히 정해진 규칙이 없습니다. 각 회사마다 자유롭게 분류하고 아무 명칭을 붙여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거죠. 물론 일반적이지 않은 형식으로 계정과목을 나누고 이름을 붙이면, po세무소wer에서 싫어하기도 하고, 회사 내에서도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은 보편적인 계정과목으로 분류합니다. 다만 계정과목을 얼마나 세세하게 분류하느냐는 회사마다 천차만별인데, 세세함의 정도는 각 회사마다 회계처리 및 경영적 판단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임직원 급여, 일용직(비정규직) 급여, 상여금 등을 각각 별개의 계정과목으로 나누어서 관리할 수도 있지만, 이것을 그냥 묶어서 급여라는 한 계정으로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복리후생비, 직원식대, 야근식대, 축조의행사비, 용역비 등과 합쳐서 인건비라는 큰 계정 하나로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지출요인을 하나의 큰 계정과목으로 묶어서 관리하면, 정확하게 어떻게 자금이 사용되는지 알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회사 사정에 적합하게 어느 정도는 세분화를 시켜주는 편이 실무적으로는 더 바람직합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계정과목 분류의 예시를 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아마 보시면 대략 어떤 건지 쉽게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인건비, 급여액이 전부가 아니다!

그러면 인건비 예산부터 먼저 잡아봅시다. 15명의 평균 월급여액이 230 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년 동안 필요한 급여예산은 230만원에 15명을 곱한 다음 12개월을 다시 곱한 4억 1400 만원입니다. (사실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은 이런 표현보다는 414백만원이나 414,000천원 같은 표현에 더 익숙하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겐 조금 생소할 것 같으니 그냥 일반인용(?) 표현 위주로 갑니다)

그러면 1년에 4억 1400만원만 있으면 15명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이것은 단지 '급여총액'일 뿐이죠. 직원을 고용해서 유지하려면 다음과 같은 비용이 더 추가됩니다.

  • 건강보험(요양보험 포함), 고용보험, 산재보험, 요양보험, 연금보험(국민연금) - 속칭 4대보험
  • 커피, 음료 등 간식비, 야근식대, 회식비
  • 직원 생일, 경조사 발생시 지급되는 비용
  • 체력단련비, 진료비, 보육비, 사원여행비 등

위와 같은 비용들을 통틀어서 '복리후생비'라고 합니다. 보통 복리후생비(福利厚生費)라 하면, 종업원의 작업능률을 향상시키고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법인이 부담하는 시설이나 일반관리비, 제조경비를 말한다고 뇌입어 백과사전에 써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급여 외에 회사가 직원을 위해 지원해주는 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4대보험의 경우 일정금액을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이 의무이므로 반드시 예산에 편성되어야만 합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4대보험의 2012년 기준 요율과 부담율을 표로 만들어보았습니다. 단, 산재보험의 징수비율(요율)은 업종에 따라 다른데(위험도가 높은 직종일 수록 요율이 높음) 여기서는 게임업계에 해당되는 요율을 적용하였고, 국민연금도 상시근로자 150명 이상인 경우 요율이 올라가지만 소규모 기업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위 표와 같이 급여액을 기준으로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4대보험료 9.53%입니다. 그래서 월급이 230만원인 직원이 있다면, 본인 부담금이 약 19만원이고, 회사부담금은 약 22만원인 셈이죠. 즉 예산을 편성할 때에는 이 부담금을 급여액의 10% 이상 여유있게 잡아놓아야 합니다. 따라서 15명의 1년치 급여총액 4억 1400만원의 10%인 4140만원을 이와 같은 4대보험 및 국민연금 회사 부담금으로 준비해놓아야만 하는 것이죠.

여기서 잠깐!!!          
  • 실무적으로는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 근로자부담 금액만큼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을 지급하고 공제한 금액은 보통 '예수금'이라는 계정과목으로 보관해둡니다. 예수금이란 '미리 받아둔 돈'이란 뜻으로, 장차 누군가에게 지급할 돈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계정입니다. 즉 지불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부채인 셈이죠.

  • 4대보험 및 국민연금은 급여를 지급한 월의 다음 달 10일까지 납부해야 합니다. 즉 1월에 직원들에게 지급한 급여에 대한 4대보험 및 국민연금 납부는 2월 10일 납기마감인 거죠. 그리고 납부할 때에는 직원 급여에서 공제해놓은 예수금에 회사부담금을 합쳐서 납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납부할 금액이 150만원이고, 예수금이 70만원(근로자 부담금)이라면 회사 입장에서는 8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죠.




방심하면 쓰나미가 되는 복리후생비 

사실 소규모 개발팀에서 예산계획이라고 해봐야 보통은 뻔합니다. 위에 올려놓은 계정과목의 예시를 보면, 대부분 큰 돈이 나가는 계정은 고정비이거나 '고정비 성격이 강한 비용'이기 때문이죠. 

고정비(固定費)
일정한 기간 동안 업무의 양이나 생산규모에 관계 없이 항상 일정액으로 발생하는 원가(비용). 반대의 개념으로는 변동비(變動費)가 있다.

예를 들어,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비용 가운데에서 급여, 사무실 임대료, 각종 렌탈비, 관리비 등은 거의 일정하거나 변동이 있더라도 고만고만 합니다. 이런 비용은 낭비할 여지가 별로 없고 절감하기에도 한계가 있는 비용이죠. (굳이 절감한다면 직원수를 줄이고 사무실을 더 저렴한 곳으로 이전하는 등의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데 초보 사장의 스타트업 개발사에서 의외로 많은 낭비가 발생하는 곳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복리후생비입니다.

앞서 알아본 4대보험과 국민연금의 회사부담금은 통상 복리후생비 - 공과금 계정으로 관리합니다. 이 비용이야 뭐 급여총액에 비례해서 자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직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고용하지 않는 한 낭비든 절감이든 마음대로 할 수가 없죠. 문제는 공과금을 제외한 나머지 복리후생비에서 발생합니다.

예전에 이런 신생 개발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20대의 아주 젊은 대표가 투자를 받아 차린 회사였는데, 회사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복리후생이 대략 이랬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무료 제공 ▲각종 스낵, 음료 등 풍부한 간식거리 자유이용 ▲전직원 한약 제공 ▲체력단련비(헬스장) 지원 ▲해외여행비 지원 ▲빈번한 회식(-_-) ▲도서구매비 지원 기타 등등 ...

자, 어떻습니까? 복리후생만 보면 국내 톱클래스 수준이죠? 뭐 물론, 좋은 개발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는 좋습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헝그리 정신만 고집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러면 한 번 봅시다. 저 정도 복리후생을 제공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말이죠.

  • 1일 3식 제공: 끼니당 6천원 x 3식 x 15명 x 22일(월간 근무일수) = 594만원 / 월
  • 각종 간식거리: 1인 하루 5천원 x 15명 x 22일 = 165만원 / 월
  • 전직원 한약제공: 1인 하루 3천원 x 15명 x 22일 = 99만원 / 월
  • 체력단련비 지원: 1인당 월 5만원 x 15명 = 75만원 / 월
  • 해외여행비 지원: 1인당 연간 50만원 x 15명 = 62만 5천원 / 월
  • 빈번한 회식: 1인 예산 5만원 x 15명 x 월2회 = 150만원 / 월
  • 도서구매비: 1인 10만원 x 15명 =  150만원 / 월
= 월 평균 약 1300만원 (1년 기준: 1억 5546만원)

자 대충 이정도만 해줘도 매 달 1300만원씩 꼬박꼬박 돈이 나갑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경조사행사비는 포함이 안 되어 있죠. 명절 선물비용이나 귀향비, 생일축하금 등등까지 감안하면 월평균 1400만원 이상은 될 겁니다. 직원 15명을 기준으로 계산한거니까 1인당 매월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더 들어가는 셈이죠. 평균 월급여 230만원이라고 가정했으니까 대략 급여의 40% 정도 됩니다.

자 그러면, 월급여총액(3450만원)에 4대보험 등 공과금(345만원)을 더하고 나머지 복리후생비(1400만원)를 합하면 대략 매월 5200만원 쯤 되는군요. 연간으로 치면 벌써 6억이 훌쩍 넘어갑니다. (위에 예로 든 저 개발사도 결국 게임 못나오고 돈 펑펑 쓰다가 풍비박산났죠)

여기에 사무실 임대료, 관리비, PC 등 각종 비품, 소프트웨어 등등도 다 구매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첫 해에 드는 비용은 금세 10억을 넘길 수 있습니다. 무섭죠? PC 클라이언트/서버 기반(C/S기반)의 온라인 게임을 연인원 15명 규모로 2년 동안 개발한다치면 딱히 낭비를 하지 않아도 그냥 15억 20억 까먹는 겁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15명 규모면 C/S 기반의 게임 개발에서는 아주 작은 사이즈죠. 그러니까 게임 사이즈가 조금만 커지면 50억 100억 가는 게 순식간이라는 뜻입니다.

뭐 물론, 복리후생비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소규모 신생 개발사로서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면 대기업 못지 않은 직원 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직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테니까요. 하지만(이후 포스팅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게임이 출시될 때까지 돈 한푼 벌지 못하는 것이 개발사의 자금사정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예산 관리자는 이러한 비용들이 현재의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야하고 만약 자금의 부족이 예상된다면 미리미리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덧글

  • 떠리 2012/01/26 08:56 # 답글

    오오 재미있네요.
  • 죽음에데스 2012/01/26 09:17 # 답글

    ㅋㅋ 언제봐도 깨알같은 '사장실로텨오세요' ㅋㅋㅋ 이번에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 이시도르 2012/01/26 11:00 # 삭제 답글

    잊고 있었던 내용을 다시금 기억나게 하는 좋은 글 ... 잘 읽고 갑니다. ^^
    소규모개발사에서의 복리후생비...
    줄이자니.. 장기레이스인 온라인게임개발의 팀사기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고.. 경영진입장에서는 비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어려운 문제네요 ^^
  • storm 2012/01/26 15:01 #

    아직 수익이 없고 미래가 불투명한 벤처 스타트업이라면 물질적인 지원에 한계가 있으니 신나게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경영자의 임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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