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진입장벽 - 당신의 유저가 게임진행을 포기하는 원인 by storm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거의 모든 신작 게임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동종 게임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게임에는 알게 모르게 진입장벽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3D 게임이라면 일단 3D 그래픽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저들(의외로 많다)에게는 진입장벽이다. FPS와 같은 1인칭 시점에서 어지러움이나 멀미 증상을 느끼는 유저도 많다. 롤플레잉 게임의 대표적인 진입장벽은 '저레벨 땐 재미가 없어서 일정시간 렙업 노가다를 해야 한다'는 점이 진입장벽이었다. 그래서 사실 디아블로2가 나오기 전까지 RPG는 '매니아들의 장르'로 여겨졌었다.

이렇듯, 게임에는 수많은 진입장벽들이 존재하지만 내가 최근 수 년 동안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리하던 개발 프로젝트에서 공통적으로 노출됐던 대표적인 진입장벽, 즉 게임에 기대를 걸고 들어왔던 유저들이 포기하고 나가는 대표적인 원인 세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부적절한 조작방식

게임은 그에 맞는 조작방식과 UI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의외로 이 원칙을 망각하는 개발자들이 있다. 예전에 우리 회사의 어떤 개발팀은 저연령을 대상으로 한 TCG 기반의 MORPG를 만들고 있었는데, 전투할 때 여러 단축키를 쉴새 없이 누르면서 화면 시점도 계속 바꿔줘야 했다. 단축키의 배치도 구렸지만, 특히 화면시점을 실시간으로 전환하면서 싸워야 하는 점은 이 게임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다. 하지만 그 지적에 대해서 개발 이사란 사람의 대답은 "적응하면 괜찮다" 였다. 적응하면? 왜 유저들이 이 게임에 적응할 때까지 남아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게임 플레이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참을성이 없는 인종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게임의 조작방식은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가 플레이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 게임이 <디아블로>시리즈나 <아이온>과 같은 초기대작 아닌 이상 게임에 로그인 하기 전에 미리 매뉴얼을 읽고온다든지 단축키를 외우고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도움말을 읽고 조작법을 배울 거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런 설명서는 반드시 만들어놓긴 해야 겠지만, 유저들이 읽지 않아도 조작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만 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조작방식이 비슷한 기존 게임 중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게임의 방식을 수용하는 것이다.



있으나마나 한 튜토리얼

유저들이 가장 짧은 시간 스쳐지나가지만, 가장 중시해야 할 콘텐츠는 바로 튜토리얼이다. 만약 튜토리얼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면 초기 10분 정도의 플레이를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튜토리얼은 '사용 지침서'라는 뜻대로 유저가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법과 진행방식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자, 게임 플레이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따라서 튜토리얼이 유저에게 필요한 사항을 가르치는데에만 급급해서는 곤란하다. 게이머들은 일단 게임에 접속하면 빨리 무언가 '플레이'하고 싶어하고 게임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MMORPG - 엄밀히 말하면 PW;Persistent World 라고 하는 편이 더 낫지만 우리나라에선 좀 생소한 용어이므로 편의상 MMORPG라고 한다 - 는 튜토리얼에서 단순히 "이번에는 OOO을 해볼게요. OO키를 누르세요. 네~ 잘했어요! 다음으로 넘어가죠" 같은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좋지 않다. 물론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이거나 혹은 게임의 조작법이나 진행방식이 매우 독특한 경우에는 예외다.

게임에서 튜토리얼을 제공하는 방식은 크게 나누면 두 가지다. 하나는 완전히 독립된 튜토리얼 전용 공간(흔히 튜토리얼 존이라고 한다)을 두어, 그 안에서 튜토리얼이 진행되며 한번 클리어 하고 나면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방식이다. MMO에서도 많이 채용하지만, 캐주얼, 스포츠, 또는 리듬액션 등과 같이 롤플레잉이 아닌 게임에서 더욱 많이 사용한다.

또 다른 하나는 튜토리얼을 위한 공간을 따로 제공하지 않고 보통의 플레이 공간에서 게임 플레이 방법을 익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의 MMO를 보면 아무래도 튜토리얼 존보다는 이 방식을 따르는 추세로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튜토리얼 존을 두기보다는 보통의 게임 플레이에 튜토리얼을 잘 녹여넣는 것이 더 세련되고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방식은 튜토리얼 존을 따로 두는 것보다 훨씬 더 세심한 기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MMORPG 기획자라면 WoW가 튜토리얼 존과 튜토리얼 콘텐츠를 따로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유저들이 게임을 배우고 적응하도록 어떤 식으로 초반 콘텐츠와 동선을 구성했는지 살펴보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초보 레벨이 아닌 나름 잔뼈가 굵은 기획자들도 많이 범하는 오류를 짚고 넘어가보자.

롤플레잉 게임에서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1레벨 플레이어에게 처음부터 30개의 스킬을 쓸 수 있게 하고 동시에 20개의 퀘스트를 하달한 다음, 생산, 채집기술 10가지를 한꺼번에 배우게 하면 어떨까? 유저는 갑자기 쏟아진 수많은 정보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게임이 어렵다고 느끼고 대부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기획자들이 '자유도' '다양한 선택' 등 그럴듯한 수식어의 유혹에 빠져서 이런 실수를 범한다. 하드코어 게이머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붓고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를 주어서는 안된다. 만약 여러분이 소설을 읽는데 처음부터 역사적 배경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나 수많은 등장인물 이름과 지명이 등장한다면 그 뒷부분까지 읽고싶어지겠는가?

WoW와 같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게임을 보면 이런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 뭐 말 할 때마다 WoW 얘기라서 좀 그렇긴 한데, 사실 그만큼 요모조모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게임이다. 단, 요즘엔 안해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 1레벨 캐릭터에게는 단지 2~3개의 스킬만 주어지고 퀘스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단 하나만 주어진다. 그 하나를 완료해야 다른 임무를 부여하는 식으로 게임에 적응시키는 것이다. 채집이나 생산스킬은 6레벨 정도가 되어야 가르치는 NPC를 만날 수 있고 단 2개만 허용한다. 그리고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는 특성은 10레벨부터 레벨당 1포인트씩 주어진다.
물론 이런 방식만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게임을 기획할 때에는 초반부터 너무 많은 선택지나 정보가 유저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진입장벽을 낮추는 길이라는 사실은 명심하자. 시나리오 작법론에서도 말하기를 청중 또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답시고 처음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붓는 일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    *    *    *    *



물론 여기서 언급한 세 가지 진입장벽 외에도 유저들을 내쫓는 진입장벽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기획자라면 이 세 가지 진입장벽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비해서 뜻하지 않게 게임을 포기하는 유저를 최소화 시켜야 할 것이다. 예로 든 세 가지 진입장벽 중에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는 보통 비슷한 장르의 잘 된 게임에서 차용하면 그런대로 해결되지만, 세 번째의 경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이러한 진입장벽 해소를 위해서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을 잘 만들어서 서비스까지 가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렵게 서비스된 게임이 이런 진입장벽 때문에 시to the망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덧글

  • 미친고양이 2011/08/01 08:49 # 답글

    1등! 치킨치킨치킨... 잘봤습니다.
  • storm 2011/08/01 09:13 #

    아직도 치킨치킨 댓글이라니...
  • 마이즈 2011/08/01 10:11 # 답글

    확실히 WOW가 여러모로 대단하긴 하지요!
    최근에 플레이한 Shadows of Damned라는 게임은
    마지막 스테이지에도 새로운 조작이 추가되더군요.
    게임 전체에 걸쳐서 튜토리얼이 삽입된 느낌!
  • storm 2011/08/01 15:35 #

    마이즈님 오랜만~ 방가방가
  • 마이즈 2011/08/03 16:12 #

    오랫만이라니!! 업데이트 하실 때마다 오는걸요 ㅋㅋ
  • storm 2011/08/03 16:46 #

    음 그럼 업데이트가 오랫만인 거였군요
  • 캡틴터틀 2011/08/01 11:24 # 답글

    튜토리얼은 여러모로 개발자나, 플레이어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지요.
  • storm 2011/08/01 22:47 #

    중요하지요 ㅎㅎ
  • 2011/08/04 22: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torm 2011/08/04 22:59 #

    떡밥 만들 시간을 달라 우어어엉!
  • KYOJU 2011/08/08 23:58 # 삭제 답글

    오로라 공주는 찾았으요?
  • storm 2011/08/09 17:51 #

    아니 갑자기 여기서 오로라 공주는 왜나오냐능!
  • gump 2011/08/31 15:02 # 삭제 답글

    어려워요...
    이건 개발자의 영원한 과제들임...
  • 지나가는낭인 2011/09/19 19:31 # 삭제 답글

    어려운 조작과 여러개의 선택지! 정말 공감합니다.
    이 외에도 어색한 캐릭터 애니, 별 의미(규칙) 없는 전투, 스킬 시스템등... 유저가 게임을 이탈하는 이유는 정말 여러가지인 것 같습니다.

    유저가 이탈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캐치하여 최소화, 구현 하는 것이 레알 기획자가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FPS 울렁증은 뭐;;;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습니다.
  • ㅁㄴㅇㄹ 2012/05/31 01:50 # 삭제 답글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패키지 게임 중에서 하드 게이머. 즉 매니아를 대상으로 만드는 게임은 어느 정도 괜찮다 싶네요.
    자유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복잡해지기 마련이니...
  • 용날개 2013/01/13 14:22 # 삭제 답글

    요즘 카톡게임들이 대중적으로 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잇죠. 게임방식이 쉬우니 진입장벽이 낮고 그래서 누구나할 수 있으니 뜨는거고. 하지만 게임이 단순해지는만큼 죄다 고만고만하고 금방 질린다는게 문제네요...
  • 슭꼼 2013/04/08 20:31 # 답글

    개인적으로 기획자가 되면, 튜토리얼과 조작방식은 꼭 참여해서 기획해 보고 싶어요
    게임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두루두루 해본 게임들 중에, 튜토리얼, 스톰님이 적어 노신 것처럼
    튜토리얼존에서 모든 조작방식 짧은 시간안에 다 보여주는 게임이 너~무 많은데,,
    정말 정 많이 떨어졌었어요.. 이렇게 재미없게 기획해도 되는건가 하구요@_@
    앞서 포스트 하신 영문책이랑 이런 문제들을 분석한것들을 버무려보면,
    시도 할수 있는 하지만 아직 해보지 않은것들이 참 많은것 같아요.
    그런 일에 같이 참여하고 싶으니까, 열심히 노력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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