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기획자와 프로그래머의 차이 by storm

몇몇 지망생(또는 게임 프로그래밍을 경험하지 않은 프로그래머)들이 종종 "시스템 기획자와 프로그래머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해온다. 시스템 기획이란 것이 결국 프로그래머들이 하는 요구사항 분석과 설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의문이다.

사실 얼마 전에도 이런 질문을 하는 댓글이 달려서 답변을 하기도 했지만, 못 본 분들을 위해서 한 번 더 설명하기로 한다.

한 1년 반쯤 전에, 우리 게임에 유저들의 강력한 요구사항이 하나 들어왔다. 게임머니의 한 캐릭터 당 보유 한도가 42억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을 더 늘려달라는 이야기였다. 

<짤방은 단순 자료 화면일 뿐>


보유 한도가 왜 42억일까? 프로그래밍을 공부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DB에서 이것을 정수형 변수타입 unsigned long int 형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DB 메모리의 4byte를 차지하며, 정수값 0 부터 4,294,957,295 까지 표현할 수 있다.

만약 프로그래머의 마인드로 접근하면, 그냥 더 큰 값을 저장할 수 있도록 다른 변수형으로 바꿔주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이 시스템이 동작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물론 변경하면서 다른 곳도 손을 봐야하지만, 어쨌거나 변경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면 그렇게 바꾸어 구현하는 것이 프로그래밍 파트의 일이다)

하지만 시스템 기획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기획자라면, 우선 유저의 저런 요구가 왜 발생하는지부터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유저의 이와 같은 요구는 보통 게임내 경제의 인플레 현상으로 인해 더 많은 게임머니를 보유해야만 원활한 거래나 게임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문제의 요점은 보유 한도의 증가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해소인 것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경우, 보유 한도를 더 높게 풀어주면 유저가 보유하는 전체 머니의 양이 더욱 증가해서(총통화량의 증가)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스템 기획자는 이런 경우에 경제 밸런싱 전반을 검토하고 유저의 통화량을 감소시켜 물가를 낮출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시스템 기획자와 프로그래머의 차이점이다. 물론 프로그래머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규모 팀의 소규모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개발 과정에서 프로그래머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쓰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시스템 기획자는 그래서 적절한 수준의 프로그래밍 지식을 바탕으로 게임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상하고 설계하며,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 줄 프로그래머와 잘 조율해야 한다. 프로그래머는 기획된 내용을 구현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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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김윤정 2011/05/11 09:11 # 답글

    오오 굿굿
  • storm 2011/05/12 17:17 #

    NDC에서 뭐 발표 안하십니까?
  • 김윤정 2011/05/12 19:30 #

    안합니다. 올해는. 내년에 하려고 쌓아놓고 있습니다.
  • 클랴 2011/05/11 09:19 # 답글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도 곤란한게..
    unsigned long int (ULONG) 대신에 8byte 짜리 unsigned longlong 으로 바꾸더라도
    소스 코드의 모든 GOLD 관련 변수와 함수를 다 바꿔야 합니다...
    선견지명으로 돈의 변수 타입을 미리 만들어 둔 경우 그 타입만 바꾸는 것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소스 어디서 ULONG으로 구현했는지 알수 없기 때문에... 돈과 관련된 모든 기능을 QA 해야 합니다.
    또 만일 문제가 생긴 경우 (ex 원래 42억 있었는데 아템 몇개 팔았더니 다 날아갔다) 라는 경우
    로그를 잘 만들어두지 않았다면 확인 및 복구 절차가 지옥이죠.. ㅠㅠ
  • storm 2011/05/11 09:21 #

    후후 그거슨 프로그래머느님들이 알아서 하세욧!!!
  • 컴맹 2012/05/11 04:25 # 삭제

    제 경우는 20억이었어요.-_-;
    그리고 지옥도 경험했구요.
    다행한건 20억이상인 유저가 전서버에 5명도 안되서 다행이었죠.ㅎㅎ

  • 마이즈 2011/05/11 09:47 # 답글

    그리고보니 구현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무리한 요구 사항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든 [작업할 수 있게] 기획해줘'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네요.
    좀 더 생각을 넓고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ㅠ.ㅠ... (왜 눈물을?)
  • storm 2011/05/11 13:35 #

    초기 기획단계에서 가능한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죠. 뭐 다 알고 있는 말이지만...
  • gump 2011/05/11 10:35 # 삭제 답글

    그렇군염 ㅋ
  • storm 2011/05/11 13:35 #

    그렇지요 ㅎ
  • 케인 2011/05/11 12:22 # 답글

    수치야 나중을 생각하면 무조건 높게 설정해주는게 좋지만 메모리의 범위가 있다보니...
    초짜였을때는 값 범위를 설정하지 않았다가 사수님에게 된통 혼나서 이제 수치 설계할 때 해당 값이 int32, int 64, byte 같은것을 적어주기 시작했지요 ;ㅅ;
  • storm 2011/05/11 13:36 #

    거의 모든 수치들은 다 일정범위내에서 제한되니까 별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서비스가 지속될수록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어렵죠.
  • 길고양이 2011/05/11 12:57 # 답글

    게임머니 별별방법(본능을자극하는 도박스런'ㅁ')으로 거두는 이유가 있었군요.
    재밌어요.
  • storm 2011/05/11 13:37 #

    ' -')/ 실무에 가서 제대로 못하면 사랑의 맴매를 맞을 꺼에요.
  • 렌즈캣 2011/05/11 16:24 # 삭제 답글

    돈먹고 돈먹는 도박게임(?)이면 모를까, 만약 MMORPG같은 형태의 게임에서 게임머니가 42억까지 풀린다면 인플레이션은 상상도 하기 힘들겠네요(...)
  • storm 2011/05/11 16:49 #

    리니지1이나 뮤 같은 건 조단위 이상 가지 않나요?
  • 웹도날드 2011/05/12 15:52 # 답글

    오호 기획자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야 하나 보군요. 머리가 좋아야 할 듯
  • storm 2011/05/12 15:53 #

    특별히 다른 파트에 비해 머리가 좋아야 한다기보다는 담당 업무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거죠 ㅎㅎ
  • 웹도날드 2011/05/12 17:24 #

    그러면 다양한 분야를 풍부하게 경험해 본 사람이 잘 할 것 같네요. 그래도 머리가 좋아야 할 것 같아요.
  • storm 2011/05/12 17:29 #

    아무래도 기획자는 다른 파트에 비해서 '특화된 전문성의 깊이'보다는 '넓이(오지랖)'가 필요하죠.
  • 기지망생획 2011/05/12 21:57 # 삭제 답글

    이런 글을 한번씩 볼때마다

    우리 같은 지망생들은

    " 아 ..........아직 개 멀엇구나..."

    를 느낌 ^^ .. 아 눈물나 ㅠ
  • storm 2011/05/13 09:09 #

    열심히 하다보면 다 됩니다.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 MONK 2011/06/29 17:29 # 삭제 답글

    그런데 RPG게임의 인플레이션현상의 대부분의 이유는 상점때문같은데....
    팔아도 팔아도 끝이없는돈...엄청난 양의 포션.....
    전 그래서 한 상점에 팔수있는 양의 물건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수 있는 양도요.
    포션이 한 예. 그러면 한 상점에서 살수있는 포션양이 제한되면 자연히 피로도 개념도 생겨나겟죠.
    포션의 양이 제한되면 돌수있는 체력도 그만큼 제한되니깐.
  • 떠돌이 2011/07/05 14:44 # 삭제

    인플레이션 현상이 생기는건 경제 밸런스에 대한 문제겠죠.
    벌어들이는 방법보다 소비하는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팔수 있는 양이 정해진다면 불만을 해소해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를 전부 해소시킬 만한 답은 아닌 것 같네요.
    또 피로도 시스템이라는 건 게임의 컨텐츠 소비를 느리게 하기 위함이지 인플레이션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 예리한 2013/07/17 17:00 # 삭제 답글

    하..이글루스 가입했던 것 같은데 스톰님 글을 계속 읽고 있노라면 로그인은 커녕
    일단 댓글부터 달게 만드네요.
    사실 기획자가 이렇게 적어도 얕게나마라도 알아야 할 것, 신경써야할 것이 많은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스톰님 글 읽으니 막 뭔 말인지도 일단 이해자체에 도움이 많이 되고 댓글들 조차도 신경써서
    보게 됩니다^0^..
    ㅋㅋ보면서 좀 막막하기도 한데 '아 이래서 이렇구나', '이런식으로 신경쓰는구나' 가 조금씩 그 이상으로
    이해가 돼서 막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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