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가격 설정과 가치 부여 by storm

일반적인 생산품의 고전적인 가격결정 방법은 가격 = 원가 + 이윤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단순논리에서 벗어나 고객이 느끼는 가치(value)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프라이싱(pricing) 이론에 근거한 가격결정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유료 모델 같은 경우는 원가를 산정하기가 곤란한 만큼, 다른 업종보다도 더욱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기반을 둔 가격정책이 중요하다. 

프라이싱 이론에서 말하는 기본 원칙은 이미 본 카테고리의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라며, 이번 글에서는 오늘 퇴근길에 있었던 일화를 소재로 고객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가격결정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오늘 퇴근길에 인천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30대초반 쯤으로 뵈는 여성(가정주부로 추정)이 승객들에게 떡을 파는 모습을 보았다. 스티로폼 용기에 랩으로 포장된 떡은 2팩을 묶어서 3,000원에 팔고 있었다.

인증짤을 위해서 떡을 샀다능... 따, 딱히 먹고싶어서 산 건 아니라능...

그러면, 과연 이 3,000원이란 가격은 어떻게 형성된 것이며, 잠재고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일단 판매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원가 + 이윤의 개념으로 3,000원이란 가격을 책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적절한 것일까? 다른 가격을 선택할 필요는 없었을까? 고객의 입장, 그리고 판매가 진행되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자.

일단 떡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은 저녁 7시 30분 경이었다. 게다가 서울에서 인천방향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이었으니 열차에 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 또는 부천 등지에서 인천으로 퇴근하던 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상 상당수의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000원 짜리 떡에 구매 욕구를 느낄만한 고객은 누구일까? 

인천에서는 3,000원이면 일반적인 식당의 밥값보다 불과 천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따라서 이 떡의 가격은 식당의 식사가격과 비교되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런 시간대에 이런 장소에서 판매한다면, 한끼 식사값과 비교되는 어정쩡한 가격보다는 간식용으로 고려할만한 가격으로 소구하는 편이 훨씬 낫다. 따라서 3,000원보다는 2,000원에 맞추어서 양을 조절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떡 8개에 3,000원이니까 단순히 나누면 개당 375원인 셈이니, 2,000원에 맞추려면 5.3개를 넣으면 된다.

그런데 막상 저 떡을 다섯 개 남짓 담고 2,000원에 팔자니 조금 비싼 느낌이 든다. 일단 5~6개면 두 팩으로 나누어 담기엔 적고, 그렇다고 한 팩에 팔자니 양이 더욱 적어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까?

저 떡의 또 다른 문제는, 평범한 가래떡이 아니라 (판매자의 주장에 따르면) 쑥을 넣어 만든 떡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의 가래떡으로 만들어서 파는 경우보다 양도 줄였을 것이다. 하지만 재료를 고급으로 사용했다고 해도, 판매자가 지하철 행상인이라면 그 품질에 신뢰가 잘 가지 않기 마련이다. 마케팅 이론에서는 그래서 마케팅의 7P 가운데 하나로 물리적 증거(Physical Evidence)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동네시장의 허름한 상점에서 구찌나 루이비똥 제품을 판매한다고 치자. 정품을 정가에 판매한다고 해도 그것을 정품으로 믿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바로 그렇다. 제품은 반드시 그 품질에 걸맞는 물리적인 증거, 즉 고급제품이면 그에 걸맞는 품격의 포장, 브랜드, 판매방식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이론을 제쳐두고서라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몸에 좋은 쑥이 들어간' 가래떡은 별로 매력적인 조합이 되지 못한다. 고객의 당시 입장에 별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떡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될까? 이왕에 가격을 2,000원으로 낮춰, 한 끼 식사값이 아닌 간식값(떡볶이 1인분이나 적당한 과자 한개값)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면, 같은 가격대와 같은 상황에서의 경쟁제품인 떡볶이나 과자가 줄 수 없는 가치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생각해보라, 지금이 어떤 때인가? 며칠전 TV 에서는 신묘년 토끼의 해가 밝았다고 떠들어대지 않았던가!(물론 엄밀히 말하면 음력 설날이 돼야 토끼의 해이다) 그러니까 떡의 모양을 저렇게 평범한 모양이 아닌, 토끼의 실루엣으로 만들고, 랩 포장 위에 토끼 그림의 스티커를 붙인 다음, '토끼띠의 해에 걸맞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 어떨까?

별것 아닌 거 같지만, '토끼의 해를 맞아 연초에 먹는 토끼떡'이라면 뭔가 스토리가 흐른다.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간식의 기능만 하는 떡볶이나 과자 2,000원 어치보다는, "토끼띠의 해라서 아빠가 토끼떡 사왔다"라고 가족에게 들고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않겠는가! 어린 아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집의 부모라면 솔깃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평범한 간식거리 2,000원 어치보다는 말이다.

뭐 이정도까지 고퀄은 아니더라도...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dsu03090?Redirect=Log&logNo=41346085 )

아니나 다를까, 30분 동안 열차 안에서 떡을 팔던 그 분은 내가 내리면서 (이 포스팅을 올리기 위해 사진촬영용으로) 하나를 팔아줄 때까지 거의 팔지 못한듯 보였다. 같은 재료로 만든 같은 제품도 어떤 가격에 어떤 가치를 담아서 파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은 난데 없는 떡 이야기로 가격설정과 가치부여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어지는 다음 포스팅에서는 온라인 게임의 부분 유료화 모델을 사례로 들어 가격정책에 대한 주제를 다뤄볼까 한다. 중요한 건 가치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 가격을 설정할 때도 그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덧글

  • 날자고도 2011/01/04 12:24 # 삭제 답글

    그래서 잡스는 아이폰을 팔죠
    (그래서 우리는 펩시를 마시죠.. 라고 드립을 하려다가..)
  • storm 2011/01/04 17:32 #

    광고를 본적이 없어서 이해가 잘 안되는...
  • 마이즈 2011/01/04 13:41 # 답글

    역시 요즘 하는 일이 일인만큼 접근이 매우 분석적이군요!
  • storm 2011/01/04 13:43 #

    엄밀히 말하면 요즘 하는 일의 '일부'죠 ㅎㅎ
  • gump 2011/01/04 16:55 # 삭제 답글

    일종의 직업병인거죠 ....
  • storm 2011/01/04 17:32 #

    농구 블로거 검프님 이거 왜이러심?
  • 카카루 2011/01/08 01:57 # 답글

    형님 오랜만이에요^^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한강 다리에서 살아 돌아와서 복귀 신고합니다. ㅎㅎ


  • storm 2011/01/08 14:16 #

    헐 살아있었군!!! 한강 다리는 왜...?
  • 카카루 2011/01/08 22:01 # 답글

    삶이 허무해서 고공점프 한번 하러 다녀왔습니다. 허허...!@#$%

    하시는일 다 잘되시나바요^^

    아.. 룬즈 오픈한다던데..그거도 형님 작품인가요? ㅎㅎ

    만렙캐릭 3개였는데(법/사, 사/도, 도/기).. ㅎㅎ 오픈하면 꼭 해볼게요.

    아..미섭서 같이 하는 분들있었는데 다들 같이 넘어 가실듯해요 ㅎ
  • storm 2011/01/09 21:23 #

    룬즈 개발사는 대만에 있지 :)
    나는 예전엔 룬즈 TF팀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전략기획실 소속으로
    국내/해외 사업하고 이것저것 하고 있어
  • 2011/01/13 07: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torm 2011/01/13 08:25 # 답글

    조공을 약조하니 과인이 넓은 아량으로 허락하노라. 핫핫!!!
  • 카카루 2011/01/13 08:32 # 답글

    감사합니다. ㅎㅎ

    조공 날짜는 형님이 편한 날과시간으로 정해 주시옵소서!!

    안그래도 몇가지 조언을 구할 일도 있습니다.

    혹~ 이번주는 시간 안되시는지요?
  • storm 2011/01/13 09:03 #

    나 그렇게 가벼운 남자 아냐! 번호표 끊고 대기하도록 ㅋㅋ
    다음주 초 점심시간 어때? 회사 삼성역 앞이니까 코엑스몰에서 보면 될듯
  • 2011/01/13 09: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torm 2011/01/13 09:34 #

    그럼 낼 낮 12시 30분에 코엑스몰 어때?
  • 카카루 2011/01/13 20:20 # 답글

    넵 ^^ 낼 연락드릴게요 ㅎㅎ
  • storm 2011/01/13 20:45 #

    옥희!
  • 구름 2011/04/13 20:23 # 삭제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글을 읽다가 문득 예전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굉장히 오래전입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가래떡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타시더군요.
    그리고 제 옆자리에 앉으시더니 '아니 왜 이 맛난떡이 안팔리는지.. 투덜투덜...
    '거리시면서 갑자기 저에게
    길쭉하고 하얀 가래떡을 한줄 내미시더군요. 그리곤 "학생. 이거 천원이야"

    나 : 네????
    할머니 : 껄껄껄(?) 그냥 먹으라고~
    나 : 아.. 네.. 잘 먹겠습니다.

    가래떡을 맛나게 먹다가 토.. 아니 .. 맛나게 먹었습니다.

    할머니 : 어때 맛있지?
    나 : (차마 뱉지는 못하고) 네. 맛이나네요.
    할머니 : 이렇게 맛난 떡이 왜 안팔리나 몰라..
    옆에 돼지국밥집에서 파는 수육보다 맛나는데 말야..


    뭐.. 그냥 예전 추억입니다. ~
  • storm 2011/04/14 10:53 #

    부산이신가보네요? ㅎㅎ
  • 구름 2011/04/14 18:43 # 삭제 답글

    네 부산이에요 :)
  • 버금 2012/09/25 16:15 # 답글

    떡 값을 저렇게 분석하시니 흥미로워요.
    심리를 알면 돈이 보이기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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