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결제의 순간, 경쟁자는 시장의 밖에 있다 by storm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 라는 책을 보면, 스포츠 용품 전문 메이커인 나이키가 왜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게임회사인 닌텐도를 경쟁자로 지목했는지 그 이유가 나온다.

이 두 회사가 만들어내는 제품은 동일한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는 않지만, 어린이, 청소년들이 게임을 많이 할 수록 야외에서 운동을 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스포츠 용품을 사지 않고 게임을 사는 데에 돈을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시장에서의 경쟁이란 유사한 제품끼리만 다투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의외로 많은 경쟁자들, 특히 시장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숨은 경쟁자들끼리 가세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분이 지금 부분유료화 기반의 MMORPG를 시장에 내놓는다고 가정하자. 우선 1차 경쟁자는 비슷한 시기에 론칭하는 다른 신작 MMORPG가 될 것이다. 그리고 2차 경쟁자는 MMORPG 전체 또는 비슷한 스타일의 MMORPG들이고, 3차 경쟁자는 온라인 게임 전체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류는 어디까지나 유저를 모은다는 시각으로만 경쟁자를 분별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유저가 많을수록 매출도 높아지지만, 월정액 게임이 아닌 이상, 게임은 유저만 모은다고 그것이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편의상, PC방 요금제를 통한 수익은 일단 논외로 하자) 진짜 수익이 발생하려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유료 아이템을 결제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수익이 발생하는 근원인 '캐시 충전'의 순간에 주목해야 한다. 게임 유저들은 캐시를 충전할 때에 어떤 결제수단(PG: Payment Gateway)을 이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PG에는 핸드폰 결제, 문화상품권, 신용카드, ARS 결제, 선불카드 등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결제수단(PG)에 따라서 매 달 이용가능한 금액 한도가 다르고, 한도가 갱신되는 날자는 물론 이용하는 행태도 다르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 결제 한도의 경우 보통 3~30만원 선이며 매달 1일 0시에 한도가 리셋된다. 따라서 핸드폰 결제 비율이 높은 게임일수록 매달 첫 째주의 전체 매출액이 높아진다. 매달 1일 0시를 기점으로 그달의 핸드폰 결제한도가 새로 발생하므로 그동안 한도에 막혀서 충전하지 못했던 금액을 이 때 집중적으로 충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핸드폰 결제의 경우 '결제금액 한도의 갱신' 차원에서 본다면, 매달 초에 그 유저가 핸드폰 결제로 이용하는 다른 제품이나 콘텐츠와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만약 그 유저가 한 달에 5만원 이내로 핸드폰 결제를 이용한다면, 그 5만원 중 우리 게임에 얼마를 충전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반적으로는 연령이 어릴수록 결제할 수 있는 한도(실제 한도거나 부모님에 의해 허용된 한도)가 적기 때문에 한도금액이 갱신되는 매달 1일부터 불과 며칠 사이에 대부분의 결제가 이뤄진다. 따라서 핸드폰 결제라는 카테고리에서는 매달 1~3일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핸드폰 결제로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경쟁 제품은 너무나도 많다. 만약 그 유저가 모바일 게임도 즐긴다면, 모바일 게임을 구매하지 않고 우리 게임의 캐시를 충전하게 만드는 것이 경쟁이고,(모바일 게임 관계자분들께는 죄송 _ _); 이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일 뿐이라능) 키프티콘으로 친구에게 선물을 보낼 일이 있다면, 그 대신 우리 게임의 캐시 아이템을 선물하도록 하는 것 또한 경쟁인 셈이다. - 그래서 '친구 초대' 이벤트가 중요하다!!! 친구와 같은 게임을 즐겨야 다른 선물 대신 우리 게임의 캐시 아이템을 선물로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저연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문화상품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초중학생들이 명절, 생일 또는 졸업식, 입학식 등이 있을 때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다른 결제수단으로 캐시를 충전하기가 까다로워서 문화상품권을 직접 구매해서 캐시 결제에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소비자들이 문화상품권을 입수했을 때 다른 제품이나 콘텐츠가 아닌, 우리 게임의 캐시를 충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경쟁인 것이다. (더우기 유저의 연령이 어릴수록 캐시결제 금액 중 문화상품권이 비중이 커진다. 심한 경우는 전체 결제 금액의 절반 이상이 문화상품권 결제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의 마케터와 사업 담당자들은 동일한 장르, 동일한 플랫폼의 경쟁자에만 눈길을 줄 것이 아니라, 진짜 수익이 발생하는 순간인 캐시 충전시에 각 결제 수단별로 어떤 경쟁자와 보이지 않는 싸움을 치르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의 게임이 ARPU가 낮은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결제의 순간'에 싸워야 할 시장 밖의 진짜 경쟁자들에게 밀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쓰자면 내용이 너무 길어지므로, 이번에는 일단 이 정도로 소개하기로 하고, 자세한 사항은 지난번에 올린 KGCA 강의자료처럼 PT 형식으로 꾸며서 조만간 공개할까 한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덧글

  • 제리 2010/11/14 22:41 # 답글

    조언 언제나 고맙습니다. 저 책도 사봐야 할 듯요...
  • storm 2010/11/14 22:45 #

    좋은 책입니다, 춧천!
  • AQuaBLue 2010/11/14 22:44 # 답글

    스톰님 또 왔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야겠네요 ㅎㅎ
    아 이번에 검과 회로 제본 뜬 책 원본을 스톰님께서 제공해주신걸로 아는데 맞으시죠?
    어제 게임연구소 가서 받아왔습니다. 그 책도 감사히 잘보겠습니다. 한주 잘 시작하시구요 ^^
  • storm 2010/11/14 22:45 #

    내 제 책을 희생(?) 했지요 ㅎㅎ
    편안한 밤 되세요.
  • ZeroDevice 2010/11/14 22:50 # 답글

    크으... 궁극의 '결제 아이템 미리 맛보기' 결서가 이렇게 공개되는 건가요?
    앙대! 회사의 이익 창출을 위해 경쟁 회사에서 이런 행동을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납치한다)

    그 글은 절대 쓰지 못하오!
  • storm 2010/11/14 22:54 #

    음 전 그런쪽보다는 결제수단(PG)쪽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쓰려구요. ㅇㅅㅇ)a
  • K군-kazuki 2010/11/14 23:17 # 답글

    저희 마케터분이 항상 말씀하시는 월초효과를 여기서도 볼 줄이야 ^^)

    유익한 정보 잘 보고 갑니다. 다음 내용도 기대하겠습니다.
  • storm 2010/11/15 21:39 #

    네 :)
  • 떠리 2010/11/15 08:02 # 답글

    잘 보고 갑니다. 시장 밖에 적이있다니 뜻밖에 이야기네요
  • storm 2010/11/15 21:39 #

    하지만 진짜 적은 내부에 있기도 하죠 :)
  • 마이즈 2010/11/15 10:09 # 답글

    캐시도 그렇지만, 게임 기획자들이 만드는 게임 자체도
    영화나 TV프로그램, 만화책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경쟁하는 셈이지요 ㅠ.ㅠ
    특히 온라인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럴 듯..
    그래서 예전에 '무한도전을 이긴 xx게임'이라는 식의 마케팅도 있었지요. ㄷㄷㄷㄷ
  • storm 2010/11/15 21:41 #

    아주 넓~~~~게 보면 저하고 마이즈님하고도 경쟁자라능 :)
  • 케인 2010/11/15 16:21 # 답글

    재미나게 본 책이지요. 집에가서 한 번 더 봐야겠군요 :)
  • storm 2010/11/15 21:42 #

    솔직히 전 몇 년전에 이책을 서점에서 첨 봤을 땐 제목이 낚시인듯 해서 안보다가 몇 달 후에야 샀었죠.
  • 세이지준 2011/09/01 16:40 # 삭제 답글

    월초효과라니!!! ㅌㅌㅌ

    흐음... 그러고보니 결재수단을 생각해보니깐

    스마트한 유저 입장에서의 장벽이 떠오르네요

    활성화X의 발동!! ㅌㅌㅌ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못하지요;;

    그것도 그런데 신용카드는 안써봐서 모르지만;;

    계좌이체가 공인인증서 때문에 골때려서 (모든 금융권이 언프로텍트를 사용한다는것이 OTL)
    활성화와 언프로텍트 장벽을 넘어서기가 상당히 부담스럽죠

    요새 초등학생들도 활성화X(=액티브X)에 부모님한테 테클을 당해서
    집에서 문상 안쓰고 피시방가서 쓰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래도 문상이 진리이긴 진리군요 ㅋㅋㅋ
    근데 어떤 초등학생은 계정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도 있고요 (워3 커스텀 파오캐 하는것만 봐도 ㅎㄷ)
  • 버금 2012/09/25 16:00 # 답글

    결제의 수단에도 무엇인가 있었군요.
    월초 수익을 위해 적절한 캐시템을 포진시켜야!!
    이,이건 사야되!
  • 버금 2012/09/25 16:01 #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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