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모델의 가격정책 가이드 (2)프라이싱의 기본원칙 4 by storm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프라이싱(pricing)의 기본원칙 일곱 가지중에서 네번째부터 계속 이어가보자. 지난 포스팅 보기: http://sstorm.egloos.com/5352887


원칙4: 밸류 패키징의 원칙

다른 가격을 패키징하라
앞선 원칙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즉 밸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밸류의 차이를 제품의 생산자나 공급자가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십수 년 전만 해도 축구화란 그저 아디다스냐 나이키냐, 푸마냐, 아니면 동대문표냐 같은 메이커의 차이만 존재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내가 현재 사용중인 축구화는 아디다스의 '프레데터 엡솔리온 익스 HG WF COL (802)' 모델이다. 젠장 이름 외우기도 힘들다. 여기서 프레데터는 아디다스 축구화의 브랜드명칭중 하나이고 '앱솔리온'은 브랜드 라인업 내에서의 제품등급이다.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등급은 앱솔루트/앱솔리온/앱솔라도 등으로 나뉘며, 고급형인 경우 가죽이 천연 캥거루 가죽이고, 급이 내려갈수록 송아지 가죽, 합성가죽 등의 저가형 재질을 사용한다. 그리고 뒤에 붙는 HG는 적합한 용도를 나타내는 호칭으로, HG란 하드 그라운드(Hard Ground), 즉 맨땅이나 인조잔디 같이 단단한 바닥용임을 의미한다. 다른 예로 무른 땅의 천연잔디용은 SG, 일반 천연잔디용은 FG, 인조잔디 전용은 AG 등이 붙는다. 그리고 끝에 붙는 WF나 802 등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겉보기엔 그게 그거인듯한 동일 브랜드 축구화도 어떤 기능이나 재질 등이 사용되느냐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동일 브랜드에서 최고가와 최저가 제품의 가격 차이는 무려 4~5배에 달한다.

그런데 내가 많은 제품 중에서 저 제품을 택한 이유는 일단 맨땅에 적합한 스터드(축구화 바닥에 여러개 돌출되어 있는 소위 말하는 '뽕')에 발볼이 넓은 사람에게 적합한 와이드핏(Wide-Fit) 형태를 원했고, 또 감아차기(스핀킥)을 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특수 돌기가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산 제품보다 저렴한 라인으로 가면 특수 돌기가 없거나 재질이 천연 가죽이 아닌 등 몇몇 기능이 빠져있다. 추측컨데 고무 비슷한 재질의 돌기를 붙이고서 한 1만원 이상 가격이 올라갔고, 표면 재질에서 한 2~3만원 정도는 족히 가격을 덧붙였으리라 본다.- 사실 실력이 안되면 장비빨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메시는 아무거나 신어도 잘 찬다)

하지만 축구화를 곰곰히 살펴보면, 어차피 생산라인은 동일하다. 기본 규격이나 디자인은 거의 동일하고 몇몇 기능만 덧붙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만 해도, 만약 내가 살려고 했던 브랜드 라인업에 '돌기'가 없었어도 그 제품을 그냥 구입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가격은 1~2만원 더 저렴했을 것이고 아디다스는 돌기 만들어 붙이는 비용을 제외하고(사실 이거 얼마나 되겠어?) 남은 이익을 더 얻을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돌기'에 혹했고 결국 그 제품을 질렀다. 물론 돌기 애초에 없었더라면 지불하지 않았어도 될 1~2만원 정도를 더 주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 돌기가 정말 스핀킥을 더 잘 차게 해주기는 하는 걸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상' 더 잘되는 것 같기도 한듯한 느낌이 든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이런 느낌이 바로 '돌기'가 만들어낸, 아니 축구화 디자이너가 발견해 낸 새로운 가치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구매 상황이나 소비 상황이라는 상황은 처음부터 정해져있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겨나거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이나 경쟁사와 차별화한 밸류를 어떻게 창출해내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다양한 밸류, 즉 고객의 요구를 깊이 파고들면 들 수록 각각의 밸류에 상응한 프라이싱에 의해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위에서 알아본 축구화의 예도, 축구화라는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를 가죽재질/발볼너비/스핀킥돌기 유무/운동장바닥 재질 적합성 등으로 분류하여 구매자가 자신이 원하는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패키징한 것이다.


그러면 게임의 유료 모델에서는 이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귀속 아이템의 귀속을 푸는 캐시템을 생각해보자. 아마 대부분의 게임은 이런 캐시템의 가격을 단 한 가지로만 책정해놓았을 것이다. 갯수에 따른 가격차이를 둔 경우는 있겠지만 그것은 이 원칙과는 무관하므로 무시한다. (내가 모든 게임을 다 살펴볼 수는 없으니... 다른 사례가 있으면 제보 바람) 하지만 귀속 해제를 원하는 사람마다 이유는 다양하다. 상점이나 경매에 올려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해제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도, 아니면 자신의 부캐에게 주고 싶어서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꼬셔서 그 게임에 동참한 친구에게 아이템을 넘겨주고 싶어서 해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구매 동기를 가진 이 모든 사람에게 굳이 단 하나의 아이템, 단 하나의 가격으로만 판매할 필요가 있을까?

부캐에게 넘겨주는 경우, 즉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던 계정내의 다른 캐릭터에게 넘겨주는 용도의 귀속해제라면 가격을 좀 낮춰줘도 무방할 것이다. 친구에게 넘겨주는 용도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친구에게 넘겨주는 용도의 귀속해제는 일정 레벨 이하의 아이템이라면 아주 싸게 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아이템을 넘겨받은 유저가 게임에 흥미를 느껴 결제 유저가 된다면 그만큼 매출이 증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친구에게 넘겨주는 용도로 귀속 해제를 하는 경우에 비용 부담이 줄어드니까 더 많은 친구를 불러오기도 편해진다. 반면에 일반적인 거래를 위해서 귀속 해제를 하는 경우라면 가격을 조금 더 받아도 된다. 어차피 그 유저는 귀속 해제를 위해 지불한 비용만큼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즉 귀속해제 아이템을 '귀속 해제'라는 가치와 '해제된 아이템의 용도'라는 가치로 분리한 다음, 용도를 분류해서 여러 가지 가격으로 패키징 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비슷한 이치로, 일정 기간 동안 획득 경험치나 아이템 획득율 따위를 향상시켜주는 아이템을 생각해보자. 이것도 구매자가 직접 사용하는 용도라면 정상가를 받더라도, 친구에게 선물하는 용도를 별도로 만들어서 조금 저렴하게 팔아도 되지 않을까? (선물 받는 대상의 레벨을 따지는 등 약간의 제약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밸류 패키징이란,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보유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가치를 적절히 패키징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의 선택권만 넓힌다고 능사는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넓은 선택권이 수익 증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To be continued...


덧글

  • 코르닉스 2010/09/16 02:59 # 삭제 답글

    언제나 잘보고 있습니다.
    하나의 상품에서 여러 가치를 찾는다!
    ..게이머 입장에서 볼땐 그냥 상술같았는데 이론까지 있었군요;
  • storm 2010/09/16 09:34 #

    유저가 눈치채면 상술로 볼 것이고 아니면 조용히 스윽~인 것이죠.
  • 상진 2010/10/13 18:06 # 삭제 답글

    같은 귀속 푸는 아이템도 누구에게 푸느냐에 따라 다르게 책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참 새롭습니다! 생각도 못했던건데요 ㅎㅎ
  • storm 2010/10/14 19:55 #

    ㅎㅎ 고민할 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겠죠 :)
  • 버금 2012/09/25 15:48 # 답글

    현재 책정된 캐시템들을 살펴보면 프라이싱을 해준다면
    이윤을 더 낼 수 있을 것들이 있지요.
    돈 벌 줄 몰라ㅠ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333
206
50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