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모델의 가격정책 가이드 (1)프라이싱의 기본원칙 1~3 by storm

최근에 새로이 MMORPG의 유료모델 설계 업무를 맡게 되었다. 업무를 준비하면서보니 유료모델과 관련된 포스팅은 한 번도 올린적이 없기에 이참에 온라인 게임 유료모델의 가격정책 설정에 도움이 되는 '프라이싱(pricing)의 기본원칙'에 대해서 연재해볼까 한다. 우선 프라이싱의 기본 원칙 일곱 가지부터 간략하게 알아보고, 그 뒤에는 각 원칙별로 세부적인 사례를 통해 실전 적용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온라인 게임에서 유료 아이템의 가격을 설정할 때 중요한 것은, 아이템별의 원가를 측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므로, 철저하게 그 아이템을 통해 유저가 느끼는 가치, 즉 밸류(value)를 기반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아이템을 구매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왜 그것을 사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 아이템에 만족해 하는지를 분석해서 그에 합당한 가격을 책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밸류에 기반을 두고 가격을 설정하는 방법을 프라이싱(pricing)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가격 매기기'가 되지만, 단순하게 가격을 매기는 것과, 프라이싱은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따... 딱히 영어를 우대하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원칙1: 밸류 다양성의 원칙

  • 유저의 성향, 이용행태에 따른 가치의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고객마다 원하는 밸류, 또는 느끼는 밸류가 다르다. '고급차'를 원하는 부유한 고객은 가격이 비싼 차를 소유함으로써 '신분 상징(status symbol)'이라는 밸류를 만끽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차의 가격을 낮추면 오히려 다른 고급차를 구매하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 반대로,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되는 소비자는 꼭 필요한 기능만 만족시킨다면 가격이 낮을수록 선호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루에 1시간 밖에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유저라면 1/7/30일 단위로 판매하는 경험치 200% 보너스 아이템을 구매하기가 곤란하다. 이런 유저에게는 아이템 가격이 1일 400원이라면, 2시간 짜리를 200원에 판매하는 편이 낫다. 그러면 이 유저는 아이템을 구매하고 평소보다 한 시간 더 플레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플레이 타임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유료 아이템을 구매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이렇듯 같은 아이템이어도 유저의 성향이나 이용행태에 따라 느끼는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유저의 입장에 서서 유료 아이템을 선정하고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 같은 제품이어도 제공하는 전체적 가치는 다를 수 있다 - 토털 밸류(total value)
    자판기나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료수는 제품 그 자체의 가치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시원하게 마실 수 있도록 차갑게 냉장보관되어 있다는 또 하나의 가치가 제공된다. 매장에서는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고를 관리하고 전기세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에 할인매장에서 묶음으로 판매되는 경우는 냉장되어 있지 않다(어차피 묶음 구매의 경우는 구입하자마자 마실 것이 아니므로) 그러므로 낱개로 파는 경우에 비해 '당장 마셔도 시원하다'라는 가치를 뺀만큼 싸게 파는 것이다. 물론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냉장보관을 위한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싸게 팔아도 된다. 이렇듯, 제품은 고객에게 제품 본연의 가치만이 아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제품이 제공하는 전체적인 가치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여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게임 아이템의 경우는 아이템을 영구 또는 기간제로 나누어 판매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영구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보통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 아이템에 더 이상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구매하고나서 만족하지 않을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기간제로 구매하면 정해진 기간만큼만 사용할 수 있지만 써보고 맘에 안 들 경우 더 이상의 비용 지출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것이 바로 아이템에 숨겨진 또 다른 가치이다. 토털 밸류란 이렇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치를 모두 포함한다.

 


원칙2: 일물다가(一物多價)의 원칙

  • 하나의 아이템을 여러 가지 가격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캔콜라가 길거리 자판기에서 500원이라면, 편의점에서는 700원, 놀이공원에서는 1,000원, 할인마트에서는 400원에 판매된다. 판매처마다 가격이 다른 이유는 같은 제품이어도 장소, 상황, 구매동기 등에 따라서 구매를 통해 충족되는 욕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언제 어디서 어떤 동기로 구매하느냐에 따라 그 제품의 밸류가 각기 다르다는 뜻이다. 길거리 자판기에서 500원에 사서 마실 수 있는 콜라를 왜 놀이공원에서는 2배의 가격으로도 사는가? 놀이공원의 운영업체가 공원내 모든 판매물에 대한 국지적 독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장소 자체가 다른 부가가치를 동반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기껏 큰 돈 들여 놀이공원에 놀러와서는 단돈 몇 백원을 아끼려고 콜라를 마시고 싶은데 참을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게임의 아이템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캐릭터가 죽었을 때 받는 페널티가 큰 게임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게임에서 '노페널티-부활 아이템'을 평상시에는 300원에 판매한다면, 부활 아이템을 보유하지 않은 유저가 죽었을 때 '지금 500원에 구매하겠습니까?'라는 창을 띄워 구매를 유도하면 어떨까? 평상시보다 200원이나 비싼 가격이지만 아이템을 미리 챙겨놓지 않은 것은 유저의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할 것이며, 페널티를 받기 보다는 돈을 조금 더 주고 바로 부활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본 유저는 평상시에 이 아이템을 넉넉하게 구매하는 습관을 들일 것이다. 참으로 매력적인 판매방식이 아닌가!

    [!] 밸류 다양성의 원칙이 고객에 따라 느끼는 가치가 다른 것이라면, 일물다가의 원칙은 같은 고객이어도 구매하는 상황이나 채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처음엔 이 두가지의 차이를 혼동하기 쉽다.



원칙3: 상황별 밸류의 법칙

  • 상황과 밸류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라
    같은 제품이어도 다양한 가격이 동시에 성립될 수 있는 것은 구매하는 고객이 달라서가 아니라 구매-소비의 유형이 다르고, 각자가 요구하는 밸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다른 구매-소비 유형을 일컬어 '구매(소비) 상황', '구매(소비) 기회'라고 한다. 여기서 요점은, 같은 제품이어도 구매하는 상황과 소비하는 상황에 따라 그 밸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콜라를 당장 마시기 위해서 500원에 구매한 경우는 콜라에 기대하는 가치(청량감, 맛, 갈증해소, 뉴요커의 간지는 설마 아니겠지)를 얻지못할 리스크나 불확실성이 거의 없다. 사실상 100%에 가깝다. 하지만 할인마트에서 개당 400원에 대량 구매한 콜라는 그렇지 않다. 보관 도중에 분실, 변질될 가능성도 있고 입맛이 바뀌어서 콜라를 좋아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대량 구매하는 콜라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에는 이렇게 구매자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도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우산은 비가 내리고 있거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경우에 가치가 높아진다. 장마철의 직전에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수영복은 기온이 높고 날씨가 맑아야 가치가 높아진다. 썬크림 같은 경우도 수영복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래는 유저간 거래가 불가능한 캐시 아이템을 유저끼리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캐시템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아이템은 해당 서버에 동접자가 많을수록 수요도 높아지므로 판매자는 더 높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저수가 줄어들수록 수요가 낮아져서 아이템을 팔아도 이득이 줄어들고 심지어는 캐시템만 소비하고 팔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렇게 유저 수에 따라 가치가 크게 좌우되는 캐시 아이템의 경우는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가격에 유동성을 가지는 것이 좋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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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코르닉스 2010/09/14 07:54 # 삭제 답글

    마치 수험생 정리노트같네요 ㄷㄷ
    그런데 3번은 2번하고 관련된 내용인가요?
  • storm 2010/09/14 09:11 #

    각 원칙들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혼동하기가 쉽죠.

    1번은 구매자(가 제품에 원하는 바)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 핵심
    2번은 판매 방식(판매 채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고
    3번은 판매-사용 상황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7가지 원칙에 대한 소개 뒤에 각 원칙별로 자세한 설명이 이어질테니 그걸 보시면 확실하게 이해되실 겁니다.
  • 가람해무 2010/09/14 10:24 # 삭제 답글

    오오! 정말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네요 +_+
    입문서만큼 쉬우면서도 전문적인 글의 표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 storm 2010/09/14 11:19 #

    오오 가람해무님 오랫만 >_<
    개발은 잘 되어 가시는지~
  • ZeroDevice 2010/11/01 22:53 # 답글

    ... 저의 기본 원칙.
    ... 그 나라에 '직접' 가봐서(휴가 때라도) 스프라이스, 콜라, 과자 같은 생필품 가격을 보고 온다. (--);

    ... 그 나라에서의 100원, 1000원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실제로 봐야 알겠더라고요.(--);;;
  • storm 2010/11/01 23:19 #

    생필품 가격 가지고 판별이 잘 안되는 나라도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 프랑스는 생필품이 우리나라보다 더 저렴했구요. 대만의 경우도 먹는 건 상당히 저렴했고... 다만 교통비는 우리나라가 정말 싼듯...
  • storm 2010/11/01 23:20 #

    그리고 어떤 나라는 공산품 가격이 우리나라처럼 소매용이라면 어디나 동일 또는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는 게 아니라 매장마다 가격차가 있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 과일소주 2012/01/22 18:11 # 삭제 답글

    계량경영이란 과목에서 '유효가격'을 배우면서 들었던 이야기네요.

    전 비행기표를 예시로 배웠었는데 '똑같은 서비스(재화)라도 소비자마다 매기는 가치가 다르기 떄문에 기업은 가격을 단일화하기 보다 여러단계로 잘라서 이익을 극대화한다'

    대신 비싼 가격을 주고 산 사람에겐 프리미엄을 부여함으로서 억울한 느낌을 받지 않아야 해야한다고 하더군요.
    SNS 게임을 보면 게임회사들이 유료화 모델도 참 잘 만드는것 같습니다. 에너지 시스템의 경우 유효가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장치같아요. 적극적으로 캐시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유저는 마음것 돈을 지불하고 효용을 맛 보고 아닌 사람들은 또 나름대로 그냥 게임을 즐기면 되죠.
  • 버금 2012/09/25 15:38 # 답글

    일물다가는 고객을 호갱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오히려 이미지 실추에 한 몫하겠는데요?ㄷㄷ
  • 버금 2013/03/22 10:53 #

    마케팅 관련 지식, 경험이 부족해서 시야가 좁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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