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획자가 되고 싶어? (9) 신입 기획자의 첫회사 고르기 (상편) by storm

지금까지는 게임 기획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게임기획자가 될 준비를 어느 정도 갖추고 나서 취업을 생각할 때를 위한 조언을 해볼까 한다. 단, 이 글은 어디까지나 첫 회사를 고르는 신입 기획자를 대상으로 작성했다는 점을 참고하고 보기 바란다.


조언1: 월급을 제대로 줄만한 곳인지 따져보라

당해 보면 가슴 아픈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월급이 밀리는 게임 개발사가 종종 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회사가 돈이 없기 때문이다. 왜 돈이 없을까? 수입이 많건 적건 어쨌거나 게임을 하나라도 완성시켜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개발사라면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곤란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신생 개발사라서 아직 서비스 중인 게임이 없는 회사, 즉 '매출이 제로'인 개발사는 이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보통 신생 개발사는 창업주의 자산, 혹은 외부 투자자가 지원한 일정한 자본을 가지고 개발을 시작한다. 이 초기 자본이 넉넉하거나 혹은 필요할 때마다 추가 투자금이 들어와주면 회사가 계속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던 초기 자본을 다 까먹을 때까지 추가 자본이 확보되지 않으면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금 이외에는 다른 '돈줄'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므로 개발사의 자본력과 매출 구조는 지원하려는 회사를 결정할 때 상당히 중시해야 할 요소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입 지망생의 경우 이런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정보력을 총동원 해도 제대로 알 수 없다면 딱 두 가지만 고려해라. 첫째, 하나라도 서비스 중인 게임이 있는가. 둘째, 창업주가 온라인 게임을 하나라도 완성시켜보았으며 그 게임이 아직도 서비스 중인가. 둘 다 해당되면 무난하지만, 둘 다 해당 없음이면 좀 곤란하다. 둘 중 하나라면? 조언2를 따져보고 판단하라.



조언2: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있는지 가늠해보라

게임 회사라면, 특히 개발 인력을 채용하는 곳이라면 대부분 필수 조건 혹은 우대 조건으로 '프로젝트 완료 경험'을 내건다. 프로젝트를 완료해봤다면, 그에 따른 경험과 노하우가 있을 것이고, 또 프로젝트 완료까지 여러 고비와 역경을 이겨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여러분이 회사를 고를 때에도 입사 후에 참여할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완료, 즉 서비스 단계까지 가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조언1에서 언급했듯이 개발을 지속할만한 자금이 부족해서 중단되는 경우이다. 세부적인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보통 물주의 투자금 또는 창업주의 개인 자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개발 스튜디오에서 그 자금이 끊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는 개발이 산으로 가다가 결국 죽도 밥도 안되는 경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거에는 전자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후자가 많아 보인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나름 개발 경력이 있는 개발사, 혹은 경험 있는 개발자들이 모여서 만든 스튜디오에서도 곧잘 일어난다. 문제는 역시 신입 지망생이 이런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인데, 기획자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참석해서 정보망을 넓히는 것 외에 지망생 수준에서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런 류의 정보는 게시판의 질답보다는 얼굴을 맞대고 혈중 알콜 농도가 좀 있을 때 캐내는 편이 훨씬 더 정확도가 높다. 하지만 지망생을 위해서 좋은 판단 근거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개발 초기도 아닌데 여러 파트의 주요 인력을 동시에 모집하는 프로젝트라면?
    개발 초기라면 모를까,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데 팀장급, 메인급 개발 인력을 동시 다발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낸 개발사는 개발팀 내부에 큰 문제가 발생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보통은 사내에서 정치 싸움이 일어났거나 아니면 팀워크에 문제가 생겨서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한 경우가 많다. 물론 다시 수습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회사 규모가 크고 네임 밸류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수습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거나 아니면 개발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해 결국 좌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개발사의 신입 채용 공고를 볼 때에는 해당 개발팀의 다른 채용 공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과거에 무엇을 만들었던 팀인가
    대부분의 개발팀은 주요 인력들이 과거에 같이 일해봤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 멤버들이 현재의 프로젝트 바로 직전에 만들었던 게임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비록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어쨌거나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다면 한 번 믿어볼만 하다. 하지만 OBT까지 가지 못했거나 정식 서비스가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게임이라면 좀 위험하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닐지 몰라도, 개발팀 핵심 멤버들의 과거 프로젝트 결과는 현 프로젝트의 미래를 절반 이상 좌우한다.
프로젝트가 완성되지 못했을 때, 즉 게임이 최소한 CBT도 못 해본 경우, 신입 기획자에게 가장 큰 타격은 경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러분이 이런 상황을 실제로 겪게 된다면 보통은 그 개발팀에서 1년을 넘기지 않은 시점일 것이다. 시간적으로도 경력을 인정받기 어렵지만, 게임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간에 일단 세상에 나와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크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게임이 서비스 될 때까지 개발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취업할 회사를 고를 때 개발 프로젝트가 끝까지 갈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최악의 경우는?

신입 기획자의 취업에서 최악의 경우는 조언1과 조언2의 나쁜 경우를 합친 것이다. 즉 월급도 못 받고 프로젝트도 '나가리' 된 경우를 말한다. 아마 여러분이 실제로 최악의 경우를 겪는다면, 결국 남는 것은 카드 빚과 다시 되돌아 온 신입 취급 뿐이다. 하지만 정말로 큰 문제는 그에 딸려오는 깊은 좌절감이다. 이런 경우를 경험한 신입 기획자를 그동안 여럿 보았는데, 절반 이상은 게임계를 떠났고 나머지도 경제적, 정신적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여러분이 직업으로서 게임 기획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스킬을 익히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곤란을 겪지 않도록 회사를 선택하는 요령도 키워야 한다. 이번 상편에서는 여러분이 최악의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고려해야 할 두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어지는 하편에서는 여러분의 경력 관리를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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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치킨스크래치 2010/02/21 22:32 # 답글

    조언2 부분은 재미있네요. 신입은 아무래도 클베같은 것들을 했을지 안했을지에 따라서 꽤나 크게 갈리는 부분이다보니.. 알콜농도가 있을때 슬쩍슬쩍이라... 크흐흐

    경험이라는 부분은 어쩔수 없는 듯 합니다. 방금 언급했지만 아무래도 신입인 만큼 클베에 대해서도 처음일테고, 하지만 나름 남들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회사에 입사했을테구요. 끝까지 갈 수 있는 경우가 자주 있으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순 없기 때문에... 약간 운도 작용하는거 같네요. :P


    광록이 형님 오늘도 글 잘 읽었습니다 :) 요새 고생 많으신거 같은데, 항상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후후후
  • storm 2010/02/22 23:27 #

    월급도 잘 주고 프로젝트 완료 능력이 있는 개발사라면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 채용되기에 지망생 여러분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길 밖엔 없다능 ㅇㅅㅇ)/ 그 다음은 말 그대로 운빨...
  • Bana Lane 2010/02/22 02:02 # 삭제 답글

    아.. 잘 들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충고네요. 많은 기획지망자들이 보면 좋겠어요.
  • storm 2010/02/22 23:29 #

    따... 딱히 지망생들 많이 보라고 쓰...쓴 건 아니라능!
  • 지오 2010/02/22 19:18 # 삭제 답글

    기획학과 학생으로서 가슴에 와 닿는 글이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storm 2010/02/22 23:31 #

    네 열심히 해서 원하는 개발사에 입사하시길~
  • 카카루 2010/02/23 15:40 # 삭제 답글

    오랜만에 와서 글남기네요.
    잘지내고 계시죠? CBT막바지 작업이라 바뻐서 근 반년이상동안 외부일을 전혀 못했네요.

    하시는일 잘되시고 대박나시길^^
  • storm 2010/02/23 16:26 #

    헐 오랫만~ 소식이 없어서 게임계를 떠나기라도 한 줄 알았다능!
  • 마이즈 2010/02/26 01:04 # 답글

    흑흑 1번 ㅠ.ㅠ
  • storm 2010/02/26 08:52 #

    마이즈님 지못미... ㅜ.ㅜ
  • bonanza 2010/02/27 17:57 # 삭제 답글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하편이 기다려집니다 ^^
  • storm 2010/02/27 21:58 #

    이 닉네임은 어디서 많이 보던...!!!
  • 갈리 2010/03/04 00:08 # 답글

    안녕하십니까?
    게임기획부분 자료 찾다가 보게 되었습니다.
    저중에서 가장 와닫는건 1번일꺼 같네요
    전 지금 게임기획자로 활동준비중입니다.
    그런데 제가 게임회사 입사자료로 재출할
    제가 기획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게임이 나올지가 가장 궁금해지게 해주더군요
    (머 그래봤자 게임기획써봤자. 자기가 원하는 게임을 기획한다고는 아니니.....)
    대략 제가 기획한 포트폴리오의 초찬이 10년전에 만든것인데
    최근에 나온 게임중에 하나인 'X탈온라인'과 약간 흡사하더군요.
    흠.....
    머 제가 기획한 포트폴리오에선 그 'X탈온라인'에서 전략부분만 가미 되면.....
    제가 기획한 포트폴리오와 95%흡사할꺼라 보이더군요 먼산.
  • storm 2010/03/04 01:11 #

    누군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면 똑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1만명이 있다는 말이 있죠. 그러니까 먼저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는게 중요합니다 :)
  • 갈리 2010/03/04 01:46 # 답글

    대략 스톰님이 말씀하신 내용중에
    워스트 5에 들어가는
    MMORPG에 전략을 집어 넣은 기획서가 있었다고 하시던데
    대략적으로 지금 출시애정중인 게임중에 하나가 전략+FPS 부분을 넣은 게임이 있죠
    뭐 그전에도 시에라사의 '하X라X프'의 모드중 하나가 그걸 이미 구성한것이 이미 있긴했죠.
    아마 그 사람이 말한 몇만대 몇만 전투 가 가능한 전략+MMORPG는 아마 가능할꺼라 보네요
    그대신 초대형 블록버스터급의 제작비가 들어가겠지만요.
    아마 워스트 5에 들어간 이유도 이 점이라고 하신거 같던데
    흐음 왠지 이걸 온라인게임으로 만든다면 일단 1서버와 1채널에 못해도 5만명이상이 수용이 가능해야 하니
    이정도 수준의 서버를 구축할려면..... 돈이 얼마야 이게 -ㅅ-
    엄청 무섭네요.
  • storm 2010/03/04 09:28 #

    몇 만 vs 몇 만이 싸운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그 캐릭터들이 동시에 한 화면에 렌더링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 갈리 2010/03/06 18:21 # 답글

    아 렌더링......
    그것도 문제긴 하죠.
    사용자의 컴퓨터 스팩도 따져야 하고 클라이언트의 과부하도 따져야 하니....
  • gump 2010/03/18 10:20 # 삭제 답글

    검프님이 쓰신 비슷한 글도 있네요 ;;;;;
    http://blog.naver.com/gamediz/20023528861
  • storm 2010/03/18 11:07 #

    헐 검프님 묻어가기!!!
  • 구름 2011/03/31 19:37 # 삭제 답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신입으로써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즐겨찾기 추가했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 storm 2011/04/04 11:24 #

    네~ 좋은 하루되시고 꼭 좋은 기획자로 성장하시길 :)
  • 체리 2011/06/20 13:00 # 삭제 답글

    정말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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