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획자가 되고 싶어? (8) 국영수를 피해갈 수는 없다 by storm

이제는 게임을 전공으로 삼는 대학은 물론 게임개발 교육에 특화된 고등학교까지 생겨났다. 그래서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주로 기획자 커뮤니티)를 보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게임 개발자(물론 주로 기획자)가 되겠다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꿈을 확고히 하고 일찍부터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 자체는 좋다. 하지만 이렇게 청소년기부터 일찌감치 게임개발자(물론 주로 기획자)의 길을 꿈꾸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당장 학교 수업보다는 게임개발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게임개발자가 되는 지름길인 양 잘못 알고 있어서 문제다.

만약 여러분이 판사나 검사 또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가정하자. 그래서 중고등학교때부터 학교 교과과정은 소홀히하고 대신 육법전서나 대법원 판례집을 달달 외운다 한들 그 꿈이 현실로 가까워질 수 있을까? 물론 지구상에 아주 극소수의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런 허접한 글을 읽고 있을리가 없을 것이다. 즉 꿈을 향해 나아가더라도 자신의 현실에 맞는 길을 택하라는 얘기다.

같은 이치로, 여러분이(능력 있는) 게임기획자가 되고자 한다면 우선 학교 교과과정에 충실할 것을 권한다. 학교에서 국영수 타령을 지겹도록 들어왔는데 여기서 또 듣는다는 불평은 거절한다. 게임기획자에게도 국영수는 '매우' 중요하니까 말이다. 이 조언은 비단 현재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학창시절 학교 공부를 소홀히했던 지망생 및 현역 기획자에게도 유효하다.

이런 기본 학습의 밑바탕이 부실하면 기획자로서의 능력을 연마하는데도 매우 불리하다. 특히 국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문장력이나 표현력이 부족하면 정말 어렵다. 단순히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이 아이디어를 기획서화 하는데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기본적인 국어 실력이 부족한데에 있다.

영어 능력은 당장 게임기획을 하는데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취업을 할 때에나 취업 후에 연봉을 결정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치고, 또 외국의 정보와 자료를 받아들이는 역량을 좌우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영어가 되는 사람은 언리얼 엔진을 알아둘 필요가 있을 때 외국의 관련 사이트를 뒤지거나 원서 매뉴얼을 구입해서 필요한 자료를 바로 읽으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누군가가 번역해놓은 짜투리 강좌를 읽는 수준에 그친다. 어떤 사람이 더 빨리 발전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수학은 밸런스 기획자만 쓰는 학문이 아니다. 게임도 결국 소프트웨어의 일종이고, 소프트웨어는 결국 숫자놀음이다. 수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상당수의 현업 게임기획자들이 나이와 경력에 관계 없이 <수학의 정석>을 책꽂이에 모셔두고 있다. 그사람들이 수능을 다시 치르기 위해서 그 책을 사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게임기획자는 어느 한 분야에 전문화된 사람이라기보다는 다방면에 능통한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인 것이다. 제너럴리스트는 아무리 처음 접하는 분야라고 해도 빨리 적응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기획자에게 필수적인 생존능력이다. 그리고 이런 생존능력은 여러분이 학교에서 지겹도록 들어온 국영수 실력에서 비롯된다. 이 바닥에서도 국영수를 피해갈 수는 없다.


핑백

  • 박피디의 게임 아키텍트 블로그 : Li Na: Taking Chinese tennis to the top 2010-02-22 12:53:03 #

    ... 프로그래밍 외의 기초체력을 쌓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초체력은 말할 것도 없이 국,영,수 다. (참고 : 게임기획자가 되고 싶어? (8) 국영수를 피해갈 수는 없다) Ican't wear skirts off the court because... China's tennis queen LI NAspea ... more

덧글

  • 김윤정 2010/01/11 00:21 # 답글

    훌륭합니다. 저도 시간날때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하는 항목들이군요.
    퀘스트 지문에서 맞춤법 틀리는 게임보면 한심스럽다니까요.
  • storm 2010/01/11 00:51 #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는 완벽하긴 힘들죠... 물론 너무 기본적인 것도 틀리니까 문제지만
  • 김윤정 2010/01/11 02:09 #

    않다 라던가 낳고 따위의 네티즌 수준의 맞춤법은 화가 나더군요
  • 원심무형류 2010/01/11 10:49 #

    아 저도 보고 있으면 답답한... 채팅할때 일일히 가르쳐 주기도 귀찮고 ㅡㅡ; 거기다 직장 상사다 보니...
  • ZeroDevice 2010/01/11 00:42 # 답글

    ... 통계학! (OoO)/
    ... 알고 들어 오면 더더욱 좋은 통계학!
  • storm 2010/01/11 00:45 #

    통계학 하고 싶은데 수학보다 더 어려운 거 같다능 (엉?!!!)
  • 김윤정 2010/01/11 19:57 #

    ...만화로 배우는 통계학 추천..
  • 2010/01/11 01: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torm 2010/01/11 09:21 #

    최근에 문을 닫은 학원은 네오위즈 게임아카데미와 온게임스쿨입니다. 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 ◆THE쿠마◆ 2010/01/11 17:44 #

    아.. 제가 실수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 ◆THE쿠마◆ 2010/01/11 02:02 # 답글

    개인적으로 스톰님 기획하신 게임 뭐 있는지 궁금하네요 ㅋ
    한 번 해보고 싶어서 그런데 좀 알려주세요~.
  • storm 2010/01/11 09:37 #

    2000년에 디아블로2 한글화, 마케팅을 했었고 그 이후에는 워크래프트3 공식 경기맵 레벨디자인, 한빛소프트 및 모 외국계 퍼블리셔에서 개발/컨설팅 업무 등을 했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는 믹스마스터라는 게임의 라이브 개발 총괄을 맡았었으나 올해 1월부터는 마케팅 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 storm 2010/01/11 09:40 #

    그 외에도 2000년대 초반의 몇몇 온라인 게임에서 컨텐츠 기획에 참여했었지만 지금은 그 컨텐츠들이 없어졌을 것이기에 따로 언급하진 않을게요.
  • 마이즈 2010/01/11 12:51 # 답글

    솔직히 기획자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국어는 정말 필수!!!
    제 주변에도 맞춤법을 잔뜩 틀리는 퀘스트 기획자들이 많지만,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ㅠ.ㅠ
    문장력까지는 바라지 않을테니 맞춤법이라도 좀.. ㅠ.ㅠ
  • storm 2010/01/12 18:01 #

    마이즈님 시간 나시면 제가 게임스쿨 외근 가는날 뵙죵
  • 박PD 2010/01/11 14:01 # 답글

    프로그래머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storm 2010/01/12 18:01 #

    넵 감사합니다!
  • gump 2010/01/11 15:15 # 삭제 답글

    지겹다 국영수 -_-
  • storm 2010/01/12 18:02 #

    검프님은 국영수가 지겹게 느껴질 정도로 학교 다닐때 공부를 열심히 하시지는 않은 것 아니었나요?
  • 치킨스크래치 2010/01/12 09:11 # 답글

    어머나 광록형님은 블빠셨구나(...?!) ㅠ_ㅠ 방송에서 너무 안보이셨다가 이번에 보이셔서 반가운 마음에 정인호해설과 연락을 하여 이 블로그를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도 좋은 활약 바랍니다. 제 후배들에게도 이 글을 보여줘야 겠군요 +_+
  • storm 2010/01/12 18:04 #

    냅 반갑습니다 ㅇ_ㅇ/
  • 왕풍뎅이 2010/01/15 19:05 # 답글

    국영수는 정말 중요한 것 입니다. 특히 영어 모르면 구글링이 쉽지 않죠.
  • Nemo 2010/02/02 18:55 # 삭제 답글

    이런, 역시 귀찮은놈이랑 싸워야하는거군요.

    제일 귀찮은놈이 제일 도움되는건가요

    하.
  • MONK 2011/06/29 16:27 # 삭제 답글

    수학!!!!!!!!!!!!!
    수학이라니!!!!!!!!!!!!!!!!!!!!!!!!!!!
    안돼!!!!!!!!!!!!!!!!!!!!!!!!!!!!!!!!!!!!
  • 2011/08/04 00: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torm 2011/08/04 08:52 #

    제 글은 출처를 밝히신다면 마음대로 퍼가셔도 됩니다.
  • 학생1 2012/06/20 02:16 # 삭제 답글

    고3인데 언수외등급이 7등급이라면... 많이 힘들겠져?!
    그래도 디자이너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디자이너라도 언수외는 해야겠져?!
    감사합니다! 마음 다잡고 공부할게요!
  • storm 2012/06/21 22:20 #

    일단 중고등학교 때는 기본적으로 학교수업에 충실하시고
    굳이 그때부터 게임개발 좀 배워보고 싶으시면 여가 시간에 취미로 하시는게 좋습니다.
  • 학생입니다 2012/08/03 16:34 # 삭제 답글

    원래는 구구절절 쓰려고 했지만 읽기 지루하실것 같아서, 간결하게 질문하나 드려봅니다. (답변해주시면 영광입니다ㅠㅠ)

    현재 내신2%정도의 성실한 특성화고 학생입니다. 최근 게임업계 대기업들이 4년제대학 이상의 채용을 하고있어서, 저도 목표를 4년제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저희 학교수업이나 저의 독학으로는 정시는 힘들어 입시사정관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 학생이 입시면접에서 보여줄 수 있는 큰 한방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고등학생이 게임학원에 다니는 것을 스톰님께서도 돈낭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storm 2012/08/03 19:20 #

    제가 좀 옛날 사람이다보니 요즘 입시제도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특성화고의 전공과, 목표 대학 및 학과는 어떻게 돼죠?

    이메일 sstorm74@네이버닷컴으로 메일 주세요.
  • kim zone 2013/11/13 21:17 # 삭제 답글

    게임기획자도 공부를해야되죠 ...
    운동도 수학적으로 하는건대
    모든것은아니지만 거의다 수학의원리가성립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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