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박 서비스 종료, 비주류 스포츠 게임의 기획방향 by storm

국내 최초(물론 세계에서도 최초)로 족구를 온라인 게임화 했던 <공박>이 지난 3월 11일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공박>은 FPS게임 <A.V.A>를 개발한 바 있는 레드덕이 개발하고 엔트리브가 서비스하고 있으며, 4월 10일 정기점검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스포츠 게임의 두 가지 부류
스포츠 게임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위닝 일레븐> 같이 실존하는 경기종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게임화한 부류가 있는가 하면 <팡야>와 같이 실존 종목의 사실성은 '필요한 만큼'만 차용하고 실제 경기와는 상당히 다른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는 부류가 있다. 그래서 사실성을 중시하는 스포츠 게임은 게임 플레이 역시 실제 경기를 즐길 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에 소위 말하는 '캐주얼 스포츠 게임'은 후자인 <팡야>와 같이 특수기술이나 아이템 등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요소들을 넣어 실제 경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축구나 야구, 농구 등과 같이 주류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게임은 전자나 후자의 방법 중 어떤 쪽을 택해도 나름데로 기획 방향을 잡을 수 있으나 비주류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경우는 상당히 까다롭다는 사실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여 가능한 많은 플레이어들이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해야만 수익성이 향상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주류 스포츠 게임은 주류 스포츠 게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위험부담을 떠안고 가야 한다.


팡야를 필두로 한 골프 게임의 성공
예를 들어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박세리나 김미현 등과 같이 세계무대를 주름 잡는 걸출한 골프 선수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골프라는 스포츠는 10~20대 게이머들에게 그저 '배불뚝이 사장님'들이나 즐기는 신선놀음 정도로 인식되었었다. 즉 온라인 게임시장의 주축 소비자들에게는 비주류 스포츠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면서 골프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고, 그 시류를 잘 탄 2000년대 초중반의 온라인 골프 게임들은 나름데로 선전했다. 특히 <팡야>의 경우는 여전히 괜찮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닌텐도 Wii와 PSP 등으로 이식되어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팡야>가 서비스되자마자 당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라그나로크>를 밀어내고 일본 온라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그 여세를 몰아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도 했다.

골프 게임이 이렇게 의외의 성공을 거둔 이후,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이형택이나 샤라포바 등 테니스 선수들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상당히 많은 개발사들이 테니스 게임을 개발했다. 내 눈으로 확인 한 것만 6~7개는 넘었고, 공개되지 않은 프로젝트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20개는 족히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골프의 경우와는 달리 온라인 테니스 게임들은 예외 없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심지어는 NC소프트에서 자체 게임포탈 플레이NC를 론칭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스매쉬 스타>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즐길 거리의 문제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주류 스포츠는 자신이 직접 참여하던 아니면 관람을 하던 즐길 거리들이 충분하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그 종목을 게임으로 만들 때에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야구를 게임으로 만든다면, 한 플레이어가 한 팀 전체를 조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 때 플레이어는 투수가 되기도 하고 야수가 되기도 하며 타자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감독으로서 작전을 짜고 실행하며 선수와 팀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게다가 실존 종목에 프로 리그가 존재하므로 단판 승부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100 경기가 넘는 1년 단위의 페넌트레이스 시즌을 진행하면서 팀단위의 순위 경쟁은 물론 팀 소속 선수들의 개인기록 순위 경쟁도 즐길 수 있다. (예: 우리팀 4번 타자는 홈런 1위를 만들어야지, 우리팀 1선발은 다승/방어율/승률 3관왕을 노려보자 등등)

하지만 비주류 스포츠들을 소재로하는 게임의 경우에는 실존 종목이 주는 고유 재미만으로는 주류 종목 게임에 대항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유저들이 즐길 거리가 떨어져서 게임을 일찍 접는다면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든 <팡야>의 경우는 게임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골프 게임'이라기보다는 '게임인데 골프의 경기 진행방식을 차용'한 컨셉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특수샷이나 다양한 아이템, 그리고 현실을 상당히 '무시한' 맵 구성 등으로 실제 골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골프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다.


스포츠 종목별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고민
물론 테니스를 소재로 한 여러 온라인 게임들과 족구를 소재로 한 <공박> 역시 특수 기술과 아이템 등을 추가하여 실제 족구에 색다른 재미를 추가하려는 노력이 있었기는 했다. 그러나 문제는 테니스와 족구라는 종목이 각각 가지고 있는 고유한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 조금 더 심도있는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골프라는 종목은 경기장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특별히 큰 제약이 없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 경기에 비해서 경기장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팡야>의 경우 열대지방의 바닷가와 섬을 배경으로 한 경기장(블루라군)이 있는가 하면 이집트의 사막과 피라밋을 연상케 하는 사막맵(샤이닝 샌드)도 있고, 추운 극지방을 컨셉으로 한 얼음맵(아이스 스파) 등 다양한 경기장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각 경기장의 18개 홀은 주변 환경을 적절히 응용하여 다양한 전략적 도전과제와 자원관리(특수샷 게이지와 아이템 관리) 도전을 제시한다. 그저 배경 그래픽만 다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골프는 실제 경기도 기본적으로 턴방식을 기반으로 진행한다. 이말은 즉, 실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가 더 높은 수준의 상대와 경기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플레이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으며, 오히려 잘하는 사람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기에 용이한 장점이 있다.

반면에 테니스와 족구는 실제 종목의 특성상 경기장의 레벨 디자인을 다양하게 할 여지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경기장의 규격을 조금 넓히거나 좁힌다든지, 코트 바닥 소재를 여러 종류로 두어 각 바닥재마다 공의 반발력을 다르게 한다든지 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그저 외형상의 변화일 뿐이며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족구나 테니스 게임에서 코트 바닥의 반발력이 조금 달라진다고 해서 게임 플레이에 전략성이나 기타 재미 요소가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특히 테니스 게임의 경우는 1vs1 이나 2vs2 경기만을 제공할 수 있는데, 1vs1의 경우 상대가 쳐낸 공을 무조건 바로 받아 쳐야 하며 경기에서 이기려면 상대가 받기 어려운 위치로 공을 보내야만 한다. 이말은 즉, 서로 '상대방이 짜증나게 해야만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실제로 온라인 테니스 게임을 플레이하면 방향키 좌우만 번갈아 누르며 단축키 두 개 정도를 반복적으로 누르는 것 외에는 그다지 할 일이 없다. 그리고 실력차이가 조금만 나도 대개는 일방적인 스코어가 나기 쉬우며, 단지 스코어 차이만 나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공도 제대로 쳐보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과연 이런 게임을 돈을 지불하면서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런 점에서는 족구 게임이 테니스 게임에 비해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보통 게임모드가 3vs3을 위주로 디자인 되어 있기 때문에 서브-리시브-토스-공격 등 최소한 4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생각할 여유가 없이 반사적으로 공을 쳐내야 하는 테니스와는 달리 좀 더 다양한 변수와 전략성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경기장 규격이나 형태가 고정적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장시간 플레이를 해야만 수익성이 향상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족구 경기를 즐기는 그 자체만 가지고는 콘텐츠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족구 게임이면서도 <스파이크 걸즈>는 미소녀를 앞세워 부족한 게임 플레이를 보완하려 했다. 그 덕분에 오타쿠 게임이라는 낙인도 찍혔지만, 사업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이는 현명한 판단이다. 솔직히 족구라는 종목으로 온라인 게임을 만든다면 보통 딱 두 가지 컨셉을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바로 족구와 직결되는 '군대 문화'이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어느 게임이든 흡수할 수 있는(?) 미소녀' 컨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에서 '군대 문화'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기 어렵다. 반면에 '미소녀는 만국 공통'의 콘텐츠가 아니던가!

<스파이크 걸즈>가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성패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공박>보다는 흥행면에서 훨씬 우위에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파이크 걸즈>가 <팡야>와 같은 성공가도를 달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족구라는 종목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 즉 게임 플레이가 이뤄지는 경기장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기 어려우며, 그로 인해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즉, <스파이크 걸즈>의 흥행성은 이러한 한계점을 상쇄할만 한 별도의 콘텐츠, 즉 미소녀를 응용한 경기외적인 부가 콘텐츠가 얼마나 잘 받쳐주느냐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비주류 스포츠 게임의 기획
어쨌든 <팡야>와 같은 골프 게임의 성공, 그리고 캐주얼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의 성공을 바라보며 시작된 수많은 테니스 게임들과 족구 게임 <공박>은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는데 실패한 체 속속 서비스 종료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어딘가에서는 김연아로 인해 불어닥친 피겨 스케이팅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게임 개발과 서비스도 엄연히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사업활동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기획을 시작하는 것은 특별히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에 앞서 반드시 해당 종목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할만한 시스템과 콘텐츠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과 대안을 구상해야만 한다. 실제 경기종목이 현실에서 비주류라면 그 종목은 주류 종목에 비해서 대중의 시선을 끌만한 요소가 분명 부족하기 때문이며, 온라인 게임에 그대로 옮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요소들이 많다는 뜻임을 명심해야 한다. 


간단 요약
  • 비주류 종목을 소재로 온라인 스포츠 게임을 만드는 것은 주류 종목을 가지고 기획하는 것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점이 많다.
  • 스포츠 게임을 기획할 때에는 해당 종목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그에 따른 대안이 필요하다. 비주류 종목일 경우에는 온라인 게임화할 때 그러한 한계와 문제점이 더욱 부각되기 쉬우므로 더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 경기 그 자체에서 다양한 도전과 놀이 요소가 발생하기 어렵다면 다른 콘텐츠나 즐길 거리를 접목시켜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

덧글

  • 카바론 2009/03/15 21:38 # 삭제 답글

    공박이라니...

    게임한텐 미안하지만 그런것도 있었군요.
  • ◆THE쿠마◆ 2009/03/15 23:49 # 답글

    피겨라.. 피겨를 채용한 '오디션'이 나올 가능성도 있겠군요(퍽)

    공박 기획시에도 팡야처럼 기획때 좀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채용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storm 2009/03/15 23:58 # 답글

    ◆THE쿠마◆ // 이제는 팡야의 퍼블리싱을 한빛이 아닌 엔트리브에서 자체 서비스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튼 공박은 족구라는 종목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서 기획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하르양 2009/03/21 17:24 # 답글

    공박도 광고 많이 했었던 것 같은데 종료되다니 아쉽네요.
    좋은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
  • 공싸대기 2009/03/28 10:07 # 삭제 답글

    공박이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몇일안남았네요ㅠ...저는 1년반가까이 공박을 즐겼구요...게임을 좋아하기에 위에 언급된 게임들 다 해본사람입니다......그러다보니 이게임은 성공하겠구나 망하겠구나...이른바 게임안목(?)이 나름대로 있다 생각했고...공박을
    처음 했을때 '이게임은 프리스타일급' 정도로 성공하리라고 확신했었습니다...그만큼
    게임성도 좋고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등 그외의 모든것이 프리스타일에 버금간다고 생각했습니다....어쩌면 그이상일지도 모른다는..........공박서비스종료 10여일을 앞둔 지금도 그생각은 변함이 없건만 ....이렇게 좋은게임이 빛한번 제대로 못보고 사라진다는게 많이 아쉽네요.....남녀노소 쉽게 즐길만한 이런게임 또찾기 힘들텐데...
  • 세리안 2009/06/09 22:30 # 삭제 답글

    제발 다시 오픈해줘...
  • 공박이여.. 2009/11/28 05:08 # 삭제 답글

    공박이 겁나 재밌엇는데......아...공박 정말 재밌엇습니다. 다시 서비스 시작햇으면 좋겠습니다.
  • zzz 2010/01/20 10:17 # 삭제 답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무엇보다 게임화가 가능한 '무엇'을 발견해서 게임화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 슭꼼 2013/04/08 19:16 # 답글

    혹시 시간 되시면, 프리스타일에 대한 리뷰도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팡야에 대한 설명만 있어서 좀 아쉬운데...
  • storm 2013/04/12 15:38 #

    프리스타일은 제가 하질 않아서 리뷰를 하기가 곤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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