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제공하는 6가지 도전 [3] 솜씨 도전 by storm

지난 2편에 이어서 이번에는 게임이 제공하는 6가지 도전 중 두번째로 솜씨 도전(Dexterity Challenge)에 대해서 알아보자.


솜씨 도전 Dexterity Challenge

덱스터리티는 흔히 '민첩성'으로 번역되지만 여기서는 '솜씨'라는 뜻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솜씨 도전은 FPS나 대전 액션 게임과 같이 순발력과 정확도가 중시되는 도전 형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게임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면서 진행속도가 빠르고 규칙이 단순할수록 솜씨 도전의 비중이 커진다.

솜씨 도전은 기억/지식 도전이나 영리함/논리 도전 등에 임한 플레이어가 내린 결정을 실제 게임에 정확히 반영하는 도전이다. 그래서 반사신경이나 조정력 등과 같이 빠르고 정확하게 필요한 조작을 수행하거나 (체감형 게임의 경우)몸을 움직이는 것이 목표가 된다.

PC 게임이라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게임속 자신의 아바타를 원하는대로 행동하게 하거나, 아바타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플레이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정확한 조작을 해야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솜씨 도전이다.

일전에도 한 번 예를 들었지만, <삼국지>나 <스타크래프트>는 둘 다 전략적 선택(영리함/논리 도전)을 요구하는 게임이지만 그 선택을 게임에 반영할 때에 <삼국지>는 별다른 정확도나 민첩한 손놀림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원하는 메뉴 버튼을 지장없이 누를 수 있는 정도의 조작능력이면 충분하고 시간 제약도 없다. 반면에 <스타크래프트>는 꽤 빠른 실시간 진행이기 때문에 자신이 내린 전략적 결정에 따라 자신의 유닛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콘트롤 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삼국지>는 솜씨 도전이 거의 없는 게임이고 <스타크래프트>는 솜씨 도전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게임이다. 


솜씨 도전의 특징과 장점
솜씨 도전은 플레이어의 정확한 조작능력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므로 솜씨 도전이 제시되는 게임은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에 따라 제공되는 보상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FPS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정확하게 타겟을 조준하고 적절한 발사 타이밍을 잡아내느냐가 주된 솜씨 도전으로 제시된다. 그래서 타겟을 잘 조준하지 못하거나 발사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면 아무리 게임 플레이 요령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없다. 반면에 연속으로 여러 적을 쓰러뜨리면 '더블킬!' '멀티킬!' '울트라킬!'과 같은 멘트가 나오면서 플레이어의 흥을 돋운다. 정확한 샷의 상징인 헤드샷을 성공시켜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이 바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솜씨 도전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드는 장치이다.

<철권>과 같은 대전 액션 게임에서도 다를 바 없다. 콤보 기술을 아무리 잘 외우고 있고(기억/지식 도전), 콤보를 써야할 타이밍을 잘 판단한다고 해도(영리함/논리 도전) 정확한 조작과 버튼을 연타하는 손놀림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반면에 정확하게 콤보 기술을 소화해 내면 멋진 이펙트와 함께 일반 공격보다 더 큰 데미지를 적에게 가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솜씨 도전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리듬액션 게임에서도 솜씨 도전과 보상 체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게임들은 타이밍에 맞게 지정된 키를 정확히 눌러야만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정확도가 높을 수록 KOOL, Excellent, Nice, Good 등이 표시되면서 플레이어가 얼마나 정확히 솜씨 도전을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며(이런 이펙트 또한 도전에 대한 보상이다), 연속적으로 성공할 수록 콤보가 누적되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른 도전과 조합된 솜씨 도전
솜씨 도전은 거의 모든 경우 시간 도전과 함께 제시된다. 만약 FPS 게임에서 타겟이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는 타겟을 조준하는데 급할 이유가 별로 없다. 즉 조준을 잘 하는 유저나 못 하는 유저나 이룰 수 있는 성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게임이 이렇게 된다면 솜씨 도전의 의미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좀 더 극단적인 예로, <철권>이 실시간이 아닌 턴방식으로 진행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는 더 이상 <철권>이 아니라 <수퍼 로봇대전> 같은 게임이 돼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솜씨 도전은 플레이어가 어떤 조작을 완료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제한해야만 한다.

이번에는 솜씨 도전과 자원관리 도전이 결합된 예를 한 번 보자. FPS 게임은 보통 사용하는 무기의 장탄수가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서든 어택>의 경우 일반적인 30발 탄창을 쓰는 라이플이라면 4개의 탄창이 주어져 총 120발을 쏠 수 있다. 따라서 적과 마주쳤을 때 정확하게 타겟을 맞추지 못하고 난사를 하게 되면 탄창을 교환하다가 죽거나 혹은 총알이 다 떨어져 죽는 일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초보들이 대개 이런 경우에 적 앞에서 탄창 교체하다가 죽는다)

하지만 만약에 탄창 교환 개념이 없거나 사용할 수 있는 탄알의 수가 무한대라면 적과 마주쳤을 때 몇 발 이내에 적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제약이 사라지므로, 정확하게 적을 명중시켜야 하는 솜씨 도전의 의미가 축소된다. 따라서, 솜씨 도전에 임할 때 소모되는 자원을 적당하게 제한해야만 솜씨 도전이 더욱 부각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서든 어택을 예로 들고서 스샷은 아바라능...)

솜씨 도전이 시간 도전과 자원관리 도전과 함께 조합된 좋은 예는 올림픽 양궁 경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양궁 경기에서 출전 선수가 화살을 발사하는데 아무런 시간 제한이 없고 또 화살 수에 제한이 없다면 제대로 우열을 가리는 일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한 발 한 발을 쏠 때마다 적당한 제한 시간이 있고, 또 지정된 갯수의 화살만 쏜 후에 점수를 집계하기 때문에 한 발 한 발 쏘는 실력과 또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발사하는 실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반대로 솜씨 도전과 연계되는 자원관리 도전이 지나치게 강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FPS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탄알 수가 단 한 발뿐이라면, 원샷원킬로 적을 쓰러뜨려야만 하기에 솜씨 도전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진다. 하지만 솜씨 도전의 비중이 커진다고 해서 무조건 재미까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적을 쓰러뜨리는 것만이 재미가 아니라 가상의 총격전에 참여하는 것 자체도 FPS 게임의 중요한 재미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알이 단 한 발 뿐이라서 그것을 소모하고 나면 그저 '걸어다니는 타겟'이 되어야 한다면? 이는 솜씨 도전을 극단적으로 부각시키려다가 게임의 중요한 재미 포인트를 놓치는 셈이다.


주의점: 솜씨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기억도전의 함정
그렇다면 플레이어에게 솜씨 도전을 제공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지난 회에서 살펴본 시간 도전의 경우 정도가 지나치면 모든 도전은 무의미해지고 오로지 최적화된 하나의 정답만을 외워서 플레이하려는 행동인 '시간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기억 도전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솜씨 도전도 이와 비슷한 함정을 가지고 있다. 솜씨 도전이 지나치게 부각되면 필연적으로 시간 도전 요소도 함께 강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리듬 액션 게임에서 최고 난이도 수준의 곡을 클리어하려면 노트를 보고 정확하게 누르는 솜씨 도전의 의미보다는 누르는 타이밍을 외우다시피 해야만 한다. 이런 경지에 오르는 것은 일부 매니악한 게이머들에겐 솔깃한 도전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리 달갑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도전 요소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결국 게임의 다른 도전요소가 모두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조심해야만 한다.


솜씨 도전의 활용
게임에 솜씨 도전 요소를 넣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1. 솜씨 도전 때문에 영리함/논리 도전이나 기억/지식 도전과 같은 다른 도전이 불필요하게 침해되지는 않는가?
    - 솜씨 도전은 영리함/논리 도전이나 기억/지식 도전 등 다른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플레이어의 의사 선택을 게임에 반영하는 과정이므로 이로 인해 다른 도전이 침해되서는 안된다.

  2. 솜씨 도전이 다른 도전과 적절하게 연계되어 있는가?
    - 솜씨 도전에 다른 도전 요소를 적절히 연계하면 솜씨 도전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더 큰 재미를 창출할 수 있다.

  3. 솜씨 도전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가?
    - 더 능숙하게 도전을 극복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4. 솜씨 도전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은 아닌가?
    - 솜씨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기억 도전의 함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아무런 선택 없이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솜씨 도전은 '노가다'일 뿐이다.


이어지는 4편에서는 인내 도전(Endurance Challenge)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To be Continued...



핑백

덧글

  • 마이즈 2009/01/13 13:19 # 삭제 답글

    오늘도 좋은글 읽고 갑니다 ^_^
    "- 솜씨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기억 도전의 함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이 오늘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storm 2009/01/13 13:27 # 답글

    마이즈님 늘 들러주셔서 감사감사
  • 낭아 2009/01/16 08:39 # 삭제 답글

    솜씨 도전 ;ㅅ;
    저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돠 >ㅅ</
  • whitemagi 2010/02/03 18:01 # 삭제 답글

    잘보고 갑니다 ^^;
  • 도한둔 2011/12/14 01:56 # 삭제 답글

    아.. 게임을 배우고 있는 가명 도한둔입니다.
    자세한 예와 쉽고 이해가 편한 설명이 감명깊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ㅜㅜ
    저도 기획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많이 와서 많이 배우고 가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3631
228
50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