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17일
게임 기획자가 되고싶어? (3) - 개념에 대해서
지난 2편에서는 게임 기획을 배우려면 일단 어떤 방법으로 건 간에 게임을 만들어보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했었다. 사실 실무 경험자나 지망생 중에서도 적절하게(!)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말에 쉽게 동의를 하겠지만, 그냥 혼자서 독학만 해본 사람이나 그조차도 안해본 사람은 이 대목에서 보통은 '아니 나는 게임 기획자 할 건데 기획만 배우면 되지 뭘 만들어보기까지 해야 해?'라는 의문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비유를 들어본다.
만약 여러분이 야구에서 투수가 하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야구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투수라는 포지션에 한정된 기술만 연마한다면 어떻게 될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구 폼이나 직구&변화구 기술 같이 오로지 투수로서 공을 던지는 기술만 익힌다는 뜻이다. 자, 그래서 혼자 힘으로 140km가 넘는 속구와 두어 가지의 변화구, 그리고 신인 선수로서는 괜찮은 제구력까지 갖췄다고 치자. 이 상태로 프로 야구 실전 경기 마운드에 오르면 어떻게 될까? 일단 오로지 혼자서만 연습을 했기 때문에 포수와의 호흡이나 감독의 작전지시 등은 당연히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투구 자체는 좋을지 몰라도 독자적인 훈련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갖가지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노출될 것이다.
예를 들면, 포수는 타자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바깥쪽에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를 요구했는데, 혼자서 공 던지는 연습만 한 투수는 왜 그런 공을 요구하는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사인을 거부하고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려고 할 것이다. 비슷한 예로, 스코어 상황과 상대 타순을 감안해서 감독이 투수에게 고의사구를 지시했는데, 경기 경험이 없는 투수 입장에서는 왜 일부러 포볼을 내줘서 주자를 내보내야 하는지를 이해를 못하니까 그냥 자기 고집대로 정면승부를 할 것이다. 그리고 주자가 나가게 되면 그런 실전 상황에 대해서 전혀 대비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견제 동작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사실이 상대팀에 파악되면 주자가 1루에 나갈때마다 연속 도루를 허용해 3루까지 공짜로 헌납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번트에 대한 수비도 해본적이 없으니 번트나 홈스틸 같은 상대 팀의 여러가지 작전에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다. 예상되는 결과는 2/3이닝 6피안타 1포볼 1사구(열받아서 분노의 헤드샷) 8도루허용 7실점 강판

게임을 만들어보지 못한 기획자가 (게임 개발에 대한 개념이 탑재되지 않은 기획자가) 개발 실무에 투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바로 위와 같은 맥락이다. 혼자 기획서만 줄창 써봤기 때문에 자신이 쓴 기획서가 왜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파트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고, 또 해당 파트 담당자들이나 여러분의 상사가 기획서에 대해 어떤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제시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고 혼자서 기획하는 스킬만 연마했으니 기획서를 가지고 실제로 구현하는 사람의 입장을 모르고 팀 플레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투수는 스트라이크만 잘 던지면 되는 일이 아니다. 강속구만 잘 던진다고 타자들이 다 삼진 아웃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일부러 유인구로 볼을 던져 타자를 떠보거나, 안쪽 낮은 직구로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기 위해 바로 전 투구를 바깥쪽으로 빠지는 높은 공으로 넣어주는 요령도 알아야 하고, 포수의 판단과 감독의 지시, 그리고 팀원들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얘기를 기획자로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기획자의 주업무가 문서질이라고 해서 기획 문서질만 조낸 공부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경기에서 이기는 투수가 되려면 우선 야구의 전반을 이해해야 하듯, 제대로 된 게임 기획자가 되려면 우선 게임 개발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실무자들이 신입들에게(사실은 모든 기획자들에게) 요구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개념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자가 강력하게 권장하는 방법이 바로 전편에서 언급한(기존 게임에 부속으로 제공되는 툴을 이용해서) 게임 만들어 보기이다. 워크래프트3 월드 에디터나 RPG만들기 등의 게임 저작툴은 프로그래밍이나 그래픽에 대해서 별다른 지식이 없어도 기본적인 사용법만 알면 금세 왠만한 미니 게임 수준의 완성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혼자서 간단한 게임만 만들어봐서는 게임 개발에 대해서 제대로 개념을 갖추긴 힘들다. 보다 효과적인 개념 이해를 위해서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후속편을 통해 하나씩 이야기하도록 하자.
ps) 기획자를 야구의 투수에 비유하는 것은 내가 지망생들에게 강의할 때 흔히 쓰는 비유이다. 처음에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대입을 해본 건데 생각하면 할 수록 기획자와 투수는 유사한 점이 많아 보인다.
야구에서 모든 플레이가 투수의 투구로부터 시작되듯이 게임 개발도 기획자의 기획부터 시작되는 부분이 많고, 투수가 공을 받아주는 포수, 그리고 작전을 지휘하는 감독과 호흡이 맞아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듯이 기획자도 기획을 받아서 구현해주는 프로그래머/그래픽 파트원, 그리고 개발을 지휘하는 PD나 경영진과 호흡이 맞아야 개발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게임이 성공할 확률은 개발의 성공과는 또 별개의 문제지만)
게다가 수비시에는 투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공격시에는 아예 나서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비중이 적듯이, 기획자도 기획 업무에 있어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만 코딩이나 그래픽 생성 작업 자체에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야구에서 투수가 미칠듯이 잘 던지면 한 점도 주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듯, 개발도 기획자가 미칠듯이 잘하면 최소한 게임을 완전 말아먹지는 않는다. (적어도 난 게임 바닥 10년 동안 기획자는 조낸 잘했는데 프로그래머가 못해서 게임이 안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케이스가 있으면 제보바람) 반면에, 야구에서 투수가 미쳐서(-_-) 초반부터 핸드볼 스코어로 실점하면 경기를 뒤집기 어려워지듯, 게임 개발도 기획자가 초반부터 제대로 국밥을 말아먹으면 그거 참 뒤집기 어렵다...

만약 여러분이 야구에서 투수가 하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야구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투수라는 포지션에 한정된 기술만 연마한다면 어떻게 될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구 폼이나 직구&변화구 기술 같이 오로지 투수로서 공을 던지는 기술만 익힌다는 뜻이다. 자, 그래서 혼자 힘으로 140km가 넘는 속구와 두어 가지의 변화구, 그리고 신인 선수로서는 괜찮은 제구력까지 갖췄다고 치자. 이 상태로 프로 야구 실전 경기 마운드에 오르면 어떻게 될까? 일단 오로지 혼자서만 연습을 했기 때문에 포수와의 호흡이나 감독의 작전지시 등은 당연히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투구 자체는 좋을지 몰라도 독자적인 훈련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갖가지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노출될 것이다.
예를 들면, 포수는 타자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바깥쪽에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를 요구했는데, 혼자서 공 던지는 연습만 한 투수는 왜 그런 공을 요구하는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사인을 거부하고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려고 할 것이다. 비슷한 예로, 스코어 상황과 상대 타순을 감안해서 감독이 투수에게 고의사구를 지시했는데, 경기 경험이 없는 투수 입장에서는 왜 일부러 포볼을 내줘서 주자를 내보내야 하는지를 이해를 못하니까 그냥 자기 고집대로 정면승부를 할 것이다. 그리고 주자가 나가게 되면 그런 실전 상황에 대해서 전혀 대비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견제 동작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사실이 상대팀에 파악되면 주자가 1루에 나갈때마다 연속 도루를 허용해 3루까지 공짜로 헌납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번트에 대한 수비도 해본적이 없으니 번트나 홈스틸 같은 상대 팀의 여러가지 작전에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다. 예상되는 결과는 2/3이닝 6피안타 1포볼 1사구(열받아서 분노의 헤드샷) 8도루허용 7실점 강판

짤방은 본문의 특정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제공 코나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훼이크고 무단게재임
게임을 만들어보지 못한 기획자가 (게임 개발에 대한 개념이 탑재되지 않은 기획자가) 개발 실무에 투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바로 위와 같은 맥락이다. 혼자 기획서만 줄창 써봤기 때문에 자신이 쓴 기획서가 왜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파트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고, 또 해당 파트 담당자들이나 여러분의 상사가 기획서에 대해 어떤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제시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고 혼자서 기획하는 스킬만 연마했으니 기획서를 가지고 실제로 구현하는 사람의 입장을 모르고 팀 플레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투수는 스트라이크만 잘 던지면 되는 일이 아니다. 강속구만 잘 던진다고 타자들이 다 삼진 아웃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일부러 유인구로 볼을 던져 타자를 떠보거나, 안쪽 낮은 직구로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기 위해 바로 전 투구를 바깥쪽으로 빠지는 높은 공으로 넣어주는 요령도 알아야 하고, 포수의 판단과 감독의 지시, 그리고 팀원들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얘기를 기획자로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기획자의 주업무가 문서질이라고 해서 기획 문서질만 조낸 공부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경기에서 이기는 투수가 되려면 우선 야구의 전반을 이해해야 하듯, 제대로 된 게임 기획자가 되려면 우선 게임 개발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실무자들이 신입들에게(사실은 모든 기획자들에게) 요구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개념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자가 강력하게 권장하는 방법이 바로 전편에서 언급한(기존 게임에 부속으로 제공되는 툴을 이용해서) 게임 만들어 보기이다. 워크래프트3 월드 에디터나 RPG만들기 등의 게임 저작툴은 프로그래밍이나 그래픽에 대해서 별다른 지식이 없어도 기본적인 사용법만 알면 금세 왠만한 미니 게임 수준의 완성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혼자서 간단한 게임만 만들어봐서는 게임 개발에 대해서 제대로 개념을 갖추긴 힘들다. 보다 효과적인 개념 이해를 위해서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후속편을 통해 하나씩 이야기하도록 하자.
ps) 기획자를 야구의 투수에 비유하는 것은 내가 지망생들에게 강의할 때 흔히 쓰는 비유이다. 처음에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대입을 해본 건데 생각하면 할 수록 기획자와 투수는 유사한 점이 많아 보인다.
야구에서 모든 플레이가 투수의 투구로부터 시작되듯이 게임 개발도 기획자의 기획부터 시작되는 부분이 많고, 투수가 공을 받아주는 포수, 그리고 작전을 지휘하는 감독과 호흡이 맞아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듯이 기획자도 기획을 받아서 구현해주는 프로그래머/그래픽 파트원, 그리고 개발을 지휘하는 PD나 경영진과 호흡이 맞아야 개발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게임이 성공할 확률은 개발의 성공과는 또 별개의 문제지만)
게다가 수비시에는 투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공격시에는 아예 나서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비중이 적듯이, 기획자도 기획 업무에 있어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만 코딩이나 그래픽 생성 작업 자체에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야구에서 투수가 미칠듯이 잘 던지면 한 점도 주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듯, 개발도 기획자가 미칠듯이 잘하면 최소한 게임을 완전 말아먹지는 않는다. (적어도 난 게임 바닥 10년 동안 기획자는 조낸 잘했는데 프로그래머가 못해서 게임이 안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케이스가 있으면 제보바람) 반면에, 야구에서 투수가 미쳐서(-_-) 초반부터 핸드볼 스코어로 실점하면 경기를 뒤집기 어려워지듯, 게임 개발도 기획자가 초반부터 제대로 국밥을 말아먹으면 그거 참 뒤집기 어렵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 웹2.0 시대, 기획자는 어디로 가야할까? by 푸른달팽이
- 게임 지망생 까기. by 박카본
- [핑백] 기획자 하고 싶어? by 떠돌
- 게임 기획자가 되고싶어? (1) - 개나소나 기획하냐? by storm
- 게임 기획자가 되고싶어? (2) - 기획을 배우려면? by storm
# by | 2008/09/17 22:50 | ▷ 초보기획자 가이드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그리고 나서 게임 기획 서적을 읽든 다른 걸 공부하든 하라. 이번 편의 핵심은 그냥 이 한 마디가 전부다. 투 비 컨티뉴드...3편 업뎃: http://sstorm.egloos.com/4618594 ... more
→ 이거 정답인데....
욕은 개발자(기획자보다는 프로그래머쪽이 더....)랑 운영팀이 다 먹는다는 (-_-;;;;;
것도 참 와닿네요. 자기가 '왜' 기획서라는 걸 작성하는지를
아는 것이 기본이니까요_~_
잘 보고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