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사고의 함정 by storm

김상운 지음 <1등의 기술> 249page


너무나 빠지기 쉬운 집단 사고의 함정 |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면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모이면 더욱 보수적인 시각을 갖게 되며,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진보적인 시각이 더욱 강화된다. 남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니 내 의견에 자신감을 갖게 돼 상호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른바 '집단 사고(groupthink)'의 함정이다.

미 호프 대학의 사회심리학자인 마이어스(David Myers) 교수는 배심원들이 어떻게 판단을 내리는지 살펴봤다. 그는 배심원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을 다루는 과정을 관찰했는데, 토론을 거치면 항상 결론이 극단적이었다. 배심원들은 가해자에 대한 증거가 좀 약하다 싶으면 지나치게 가벼운 평결을 내리고, 증거가 강하게 보이면 가혹한 배상 평결을 내린다. 이 때문에 재판이 끝나고 나면 배심원들은 늘 불평을 늘어놓는다.

"배상액이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지나치게 많아졌어."
"이번 평결은 좀 지나쳤어."

이런 현상은 가장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하는 미국연방법원에서도 일어난다. 텍사스 대학의 슈케이드(David Schkade) 교수가 연방고등법원 판사들의 판결을 분석해보니 3명의 합의부 판사들이 같은 정당에 등록되어 있으면 가장 극단적인 판결이 나왔다. 판사들이 모두 공화당 소속이면 가장 보수적인 판결이 나왔고, 민주당 소속이면 가장 진보적인 판결이 나왔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를 다루는 사건에 대해 공화당 합의부는 4번 중 3번꼴로 기업체들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민주당 합의부는 4번 중 3번꼴로 기업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합의부에 공화당과 민주당 판사들이 섞여 있으면 극단으로 치닫는 판결보다는 중도적인 판결이 나왔다. 가장 공정한 사고와 판단력을 발휘해야 할 연방법원 판사들마저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 존 F. 케네디의 실수 |

"내가 왜 이렇게 어리벙벙한 짓을 했지? 정말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어."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만 침공 사건 이후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그것은 실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1961년 미국은 쿠바 망명자 1500명을 훈련시켜 피그만에 상륙시켰다. 상륙 즉시 거센 민중 봉기가 일어날 것이고, 성난 민중들과 합세해 밀물처럼 밀고 들어가면 카스트로 혁명 정권을 무너뜨리기란 실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쿠바 민중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침략한 오합지졸들은 이틀 만에 완전히 궤멸되고 말았다. 100명이 죽고 나머지는 모두 생포돼 쿠바 감옥에 투옥됐다. 결국 미국은 카스트로에게 5000만 달러 상당의 식품과 의약품을 뇌물로 건네주고 통사정 끝에 겨우 포로들을 돌려받는 수모를 겪었다.

케네디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두뇌 집단이었다. 하버드 대학 교수들과 포드 자동차 사장, 록펠러 재단 이사장 등 쟁쟁한 인재들이 모두 장관이나 참모로 기용됐다. 이들은 모두 친구이거나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었다. 요샛말로 코드가 척척 맞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카스트로 제거라는 목표에 집착했고, 침공 계획을 논의하는 백악관 회의에서 이 목표에 걸림돌이 될 만한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 강경일색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케네디 대통령은 참모 회의의 토론 방식을 바꿨다. 이견을 마음 놓고 개진하도록 권장했다. 그 덕분에 미국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미국 역사상 평균 IQ가 가장 높다는 케네디 행정부마저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개별적으로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집단의 일원으로 집단적 결정에 참여할 때는 제 목소리를 내기가 뜨악하다. 그런 자리는 늘 뻔하게 움직인다. 극단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의견을 끝까지 고수하려 들고, 뚜렷한 생각 없이 참여한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렇게 침묵하고 있으면 다른 참석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극단적 시각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단정한다. 이견이 있어도 혹시 집단의 융화를 깨뜨리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 봐 입을 꽉 다문다. 또, 중립적으로 비춰지면 나약하고 줏대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차라리 극단적 시각에 합류해 버린다. 집단 사고는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다. 거대 노조의 만성적인 그릇된 집단 행동은 남미 국가들처럼 나라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다. 정권이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면 국가의 운명을 뒤흔들 수도 있다.



 > 집단 사고의 함정을 막으려면 <

1. 유능한 한 사람을 지목해 그에게 결정의 책임과 권위를 부여한다. 그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2. 어느 한 사람에게 집단의 결정을 지적해 보도록 한다. 그럼 집단적 결정의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 한 사람이 비판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얻어 비판하기가 쉬워진다.

3. 집단의 결정 사항에 대해 익명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건의함을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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