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은 폭력성을 조장하는가? by 광사마스톰

이 글은 <게임신문> 2001년 11월 12일자에 기고했던 칼럼입니다.


스톰의 게임세상 엿보기  - 게임은 폭력성을 조장하는가?

미국의 테러 복수전 소식에 가려져 별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얼마전 미국 대법윈에서 인디애너폴리스시가 제청한 폭력 게임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 기각됐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에 짤막하게 보도 됐다.

이 법안은 보호자의 동의 또는 관리감독이 없는 상태의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폭력적인 게임을 판매하거나 플레이 시킬 경우 해당 업주에게 200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등의 규제항목을 담고 있었다.

미대법원은 <폭력적인 게임이 어린이의 폭력성을 유발시킨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을 기각 사유로 밝혔다. 하지만 법안을 제출한 인디애너폴리스 시장은 <국가가 나서서 어린이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얼마전에 모 게임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생이 둔기를 이용해 노인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꼭 게임뿐이 아니라 영화나 만화의 영향을 받아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도된 사건이 여러차례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매번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언급되는 <특정 게임이나 영화 등과 같은 매체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은 어떤 과학적 검증을 받아서 나온 결론이 아니라 오직 피의자의 진술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피의자는 이런 진술을 한 것일까? 그는 정말로 게임이나 영화 때문에 살인을 하거나 폭력성이 부추겨진 것일까?

우선 미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설사 자신이 어떤 위해를 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살인이나 폭력을 가했다고 하면 그 죄는 우발적인 범죄보다 훨씬 무거워 진다. 차라리 <게임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죄가 가벼워지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이런 범죄를 행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초범으로, 대개 경찰이 유도하는대로 진술하게 마련이다. 아니 설사 자기 의지대로 말한다고 해도 이미 자포자기한 심정에서 복잡한 전후사정을 말하기보다는 그냥 <~에서 나온대로 따라 했어요>라고 말해버리면 간단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당연히 청소년들과 가까운 게임이나 영화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미국에서는 설사 피의자의 진술이 있다고 해도 차후에 정신과 검사 등 다각도의 접근으로 원인을 찾아 규명하는 노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진술한대로 게임이 폭력성을 조장하는 <나쁜놈>이 돼버리고 사건은 다시 기억 저편으로 잊혀져 간다.

과거 미국에서는 흑인의 범죄율이 백인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다. 당연히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더 폭력성이 강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그 연구결과를 더욱더 심층적으로 파헤쳐 본 결과 백인보다 흑인에 결손가정이 많았고 피부빛 때문이 아니라 결손가정에서 더 많은 범죄가 유발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게임이 폭력성을 부추긴다는 말은 그래서 더욱더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야만 한다. 미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법리를 다시금 확인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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